마지막 출근길...
오늘 내 남편 마지막 출근을 했습니다.
18년동안..
젊음을 함께 했던 회사..오늘이 마지막입니다.
평소보다 더 정성드려서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고르고..
구두도 이것 저것 다 신어 보더군요.
양복은 오늘만 입고 드라이 맡길거라고 어제 입었던 걸 그냥 입고 갔구요.
그 양복 다시는 안 입을 듯이 말입니다.
어제는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데..
박스에 두개 가득,
이제껏 회사에서 쓰던 짐들을 가지고 왔어요.
참 서글펐습니다.
그 짐들을 정리하면서..
속으로는 피눈물 흘렸을 남편이 애처로웠습니다.
18년의 세월을 그 두 박스안에 고스란히 담아서..
차마 풀어보지 못한 그 박스..
지금 베란다 한구석에 누워 있습니다.
"자기~ 오늘 마지막 출근이네.."
"ㅎㅎㅎ"..
그는 쓴 웃음을 지으며 집을 나섰습니다.
그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울지 난 너무나 잘 알기에..
지금 마음이 아픕니다.
회사 부도나고 지난 3년간..
그는 너무 힘든 날들이었습니다.
무너진 회사 살려보겠다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었습니다.
보너스도 반납하고..
휴가도 연차도 없이..쉬는날도 두 달에 한번 꼴..
하지만 무책임한 오너들..오늘 회사 문 닫는 날입니다.
오늘 아마 남편은 집에 안들어 올지도 몰라요.
이제껏 나누었던 동료들과..후배들과의 그 묵은 정때문에 힘들거에요.
하룻밤으로 그 정들을 어찌 다 갈무리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가 집으로 돌아 오는 발걸음만은 가벼웁길 바랍니다.
누구보다도 아버지를 존경하고 따르는 아들들이 있고..
그리고 이 못난 아내가 기다리는 집이길래.
그가 돌아오면 정말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어요.
그동안 당신 정말로 수고했었노라고...고맙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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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갓꽃에게 
장마비와 구수한 찐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