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부부가 살았던 모습
산후 몸조리 해주시던 친정엄마가 잠깐 집에 다니러 가신날
큰딸은 밤새 설사를 했습니다.
기저귀 갈아주다가 겁이나서 훌쩍거리니까
남편이 벌떡 일어나더니 칭얼거리는 아이 달래고
훌쩍거리는 저 달래며 기막혀했습니다.
그 뒤로는 세아이 모두 다 밤에 자다 칭얼대면
남편이 일어나서 우유먹이고 달래면서 키웠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처음 입주할때는
연탄 보일러였습니다.
지하실에 연탄을 쌓아두고 2~3일 분량만 올려다가
난방을 했는데 남편은 연탄가는 시간을 출근전과 출근후로
맞추어 놓았지요.
출장을 가려면 번개탄을 잔뜩 사다주고
연탄가는 시간을 알려주느라 더 바빴던 남편이었습니다.
고만 고만한 딸들 뒷치닥거리에 지친 저를 쳐다보다
저녁먹은 설겆이를 곧잘 해주던 남편이
어느 순간부터는 제 뒷손이 가게 해서 쫑알거리니까
아. 이제 살림하기싫다 라며 슬그머니 그만 두었습니다.
반찬 시집살이 시키는 남편 출장 기다리니까
한밤중에 짐을 주섬 주섬싸면서 나 내일 출장 간다 라며
자기가 출장가는거 은근히 좋아하는 제가 미워서
일찍 안가르쳐준답니다.
일요일이면 우리 심심한데 잡채나 해먹자 라는 남편 말에
나 하나도 안 심심해 라고 시침떼는 제게
그럼 간단하게 튀김해먹을까 라며 한술 더 뜨던 남편.
그것도 싫으면 김밥 싸먹자 라며 저를 꼬시던 남편입니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은 김밥을 쌉니다.
마트에 장보러 가는거 너무 좋아하는 남편.
먹거리 이것 저것 고르다 보면 없어져서
두리번거리면 카트에 과자를 산더미처럼 쌓아
개선 장군처럼 나타납니다.
담배, 술을 안하니 간식배만 키우고
딸들과 과자 가지고 싸우는 남편입니다.
여름이면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침대옆 사이드 탁자에
나란히 줄을 세워 잔소리했더니 어느날 부터 없어진 아이스크림 막대기.
교육효과에 흐뭇해진 어느날 침대 속속들이 정리하다보니
침대 옆에서 우수수 쏟아지던 아이스크림 막대기에
기가 막히기도 했습니다.
혹시 제가 먼저 죽으면 하루라도 빨리 새사람 만나 살라고 했더니
자기는 혼자서 장례 못치루니 죽기전에 구해놓으라는 남편입니다.
가끔(^^*) 폭력을 쓰는 제게 결혼 초에 제압을 했어야 했는데 라며
후회막심 표정을 짓지만 아이가 셋인 저한테 안통합니다.
저보다도 큰딸과 장난치다가 불리해지면
얼른 제뒤로 숨으면서 응원을 청하는 남편과 삽니다.
컴퓨터 서로 차지하려고 저녁밥을 견제하면서 먹고
밥상에서 일어나는 사람 잡아당겨 주저앉히며 삽니다.
우리부부 살았던 모습, 살고 있는 모습입니다.
저는 부부란 길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길은 넓기도 하고, 좁아지기도 하지요.
가끔은 길옆의 꽃을 주저앉아 보기도 하고,
오솔길이 보이면 가보기도 하고,
한사람이 먼저 가기도,
둘이 손을 붙들고 같이 가기도 하지요.
어느날 누가 혼자 길위에 남아도
지나왔던 길을 생각하며 또 걸어 가겠지요.
어느 한사람에게 맞추지 않고
각자가 가졌던 부분과 공유했던 부분이 있어
싸우지 않고 살았던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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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생각]8. 구세군 빨간 냄비 앞에서의 단상. 
바른생활 사나이 2부 - 2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