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아십니까?..시리즈 21 (고3, 재수, 그리고...)
고3, 2학기가 되자, 진학, 문제로 父子는 강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한의학 아니면 안 된다는 아들을 도저히 설득할 방법이 없었다.
의,식,주, 전통 문화를 송두리째 잃어가고 있으면서도,
서양식 사고에만 젖어있는 기성세대에 강한 비판을 서슴치 않았다.
한의학은 마지막 남은 우리학문이니 반드시 지켜내야할 학문이며
언젠가 그 일이 보람있는 일이 될거라고 아비에게 항변했다.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아비 또한 예상 밖으로 팽팽히 맞섰다.
세계 사람이 다-아는 학문을 해야 한다,고 아비는 차근히 설명도 했으나,
아들은 오히려 어이없어 했다.
오랜세월동안 한개 대학에서만 몇 명씩 졸업생을 배출했을 뿐.
우리에게 잊혀지고, 버려진, 캐캐묵은 학문이라고 홀대했는데
사라지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반드시 세계적인 학문이 될 거라고....
소신이 너무도 분명했다.
그래도 아비는, 컴퓨터에서 유전공학이나, 생명공학은 어떠냐?
차라리 의과대학을 가라... 부질없는 소모전을 벌렸다.
아들은 고3체력장을 며칠 앞두고 그만 병이 났다.
입원은 치명적이었다. 체력장 점수 20점도 큰 것이었지만,.
회복이 늦어 수업손실도 많았다. 결국 그해 아들은 실패했다.
우린 정말 "잘 몰라서 반대했노" 라고 아들에게 정식으로 사과했다.
아들은 오래전부터 한의학에 대한 꿈을 가지고, 이미 중학교 때 “선”
공부도 다녔고, 방학 때는 K 대학 식당에 가서 밥도 먹어보고,
이문동 육교 위에 올라가 학교 정경도 내려다보며, 진학에 꿈을 키웠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 부부는 너무 너무 부끄러웠다.
두말없이 종로학원에 등록해 힘든 재수1년을 보냈다.,
92년 전기에도 또 실패했다. 한의대 점수는 점점 높아만 갔다.
후기엔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한의대를 찾아 합격했다.
그해는 “후기 시험지 유출” 사건으로, 전체시험 문제 재출제 라는 헤프닝까지..
“집에서나 다닐 수 있게” 하던지? 이게 무슨 꼴인가?
그렇게 좋다면 더-열심히 했어야지... 아비는 몹씨 화가 났다.
그러나 아비도 나도 내색 할 수 없었다.
영동 고속도로 확장공사 전이니 편도 1차선의 길을 따라,
낯선 원주로 아들은 이불 보따리와 책을 지고 떠났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입학식 전날 아들의 하숙방을 찾은 나는 기가 막혔다.,
멀쩡한 집 놔두고, 손바닥 만한 방하나에 하숙이라니...
입학식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고속버스 속에서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저 멀리 버스 뒤편으로 아들은 내가 탄 버스를 배웅하고 있었다....
나는 입을 꼭 다물고 무언가 각오를 단단히 했다.
아들은 이제 “품안에 자식”이 아님을 마음속에 각인해야 했다.
6개월을 원주에 한번도 가지 않았다.
어미와 아들, 서로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기간이 필요했다.
길고 긴 객지 생활의 시작이었다.
강원도 치악산의 잔설은 5월이 지나서야 녹았고,
아들은 스스로 정말 촌놈? 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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