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이 본 요즘 아파트 - 중앙일보
“눈이 부셔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찜찜합니다.”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둘러본 주부들은 호텔같은 고급 시설에 탄성을 지른다. 하지만 높은 분양가나 눈속임용 인테리어, 불필요한 낭비성 붙박이 가재도구들에 실망하는 주부들도 많다.
‘얼마나 좋아졌고, 얼마나 눈속임을 당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는 주부들은 거의 없다. 때마침 인테리어를 전공한 주부들이 의기를 투합, 아파트모델 하우스에 ‘현미경’을 들이 댔다. ‘주부 눈 높이에 맞춘 아파트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결성된 모임 ‘미세스 꼼꼬미’가 주인공들.
꼼꼬미들은 “호텔식 시설이라고 하지만 주부들의 동선이나 용도에 적합한 기능을 갖춘 수납공간이 부족한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높은 분양가에도 불만이 많았다. 꼼꼬미들이 본 요즘 아파트들은 우선 장점이 많았다.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면 고급 대리석의 바닥재가 깔려 있고 고급빌라의 거실벽면 아트월과 우물천정이 보편화 되고 있어 만족스럽다고. 붙박이장이나 드레스룸을 설치한 아파트가 늘어나 장롱 등 부피가 큰 가구를 들고 이사하는 불편함도 사라지는 추세.
인테리어 감각을 살리는 노력도 일단 합격점. 올들어서는 서울 강남일대와 용인 수지 등을 중심으로 갑자기 블랙(Black)과 화이트 (White)의 단순하고 모던한 ‘로체풍 스타일’이 인기. 로체풍은 중후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
정보통신 시설도 요즘 아파트들만의 강점. 이제 인터넷을 자유자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단지내에 서버를 구축하고 지역네트워크인 랜(LAN)망으로 연결시켜 앞으로 웹(Web)TV, 웹폰으로 국제전화도 무료로 통화할 수 있게 된다고.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맞춰 각 업체마다 평면개발 아이디어 싸움이 치열한 것도 주부들에게는 만족스럽다. 전면 3실구조(3-bay, 전면에 거실과 방2개 배치) 평면과 드레스룸, 파우더룸을 30평대에도 설치하고 있는 게 요즘 추세. 주부 입장에서는 파우더룸이 안방의 화장대를 대체해 주고 공간활용 측면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모두가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기존 가구가 새로운 인테리어와 디자인의 아파트에 매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 이사하면 가구도 바꿔야 하는 부담이 뒤따른다. 특히 수납공간이 수납해야 할 물건의 과연 용도와 기능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공간을 차지하면서도 또 다른 불편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꼼꼬미들은 딤채(김치냉장고), 식기세척기, 액정TV, 안마식 바디샤워기 등 값비싼 ‘빌트인(Built-In·주방가구에 장착된 세척기처럼 일체화된 다기능제품’ 역시 주부 입장에서 무조건 좋은 것 만은 아니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엄연히 분양가에 포함돼 있기 때문. “이미 이런 물건을 가지고 있거나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도 어쩔 수 없이 구입하는 꼴이 됩니다.”(김은숙 홈쇼핑회사 PD)
주부들로서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은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각 가정마다 사정이 다르고 보는 감각이 천차만별이기 때문.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는 안목치수 적용여부를 따져야 하고 발코니와 같은 서비스 면적도 꼼꼼하게 따져야 합니다.”(김효미 인테리어 디자이너)
아이들이 개구장이들이기 때문에 아예 1층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에는 1층 세대에 전용현관을 설치해주거나 정원, 텃밭, 전용창고 등을 제공하는 아파트들을 골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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