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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의 구두
베란다 창 너머 회색빛 교각이 보인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그 교각 위로는 10분 간격으로 전철이 쌩쌩 달린다. 교각 아래론 신호등의 제어에 따라 많은 차량이 하루종일 바삐 달리고 있다. 언제부턴가 가끔 그 교각이 회색빛 강물처럼 보일 때가 있다. 오늘 아침도..... 어제 저녁, 한동안 뜸했던 남편의 구두 닦는 일! 일요일 저녁이면 남편은 으레 구두를 열심히 닦는다. 불광, 물광 등 구두광을 내는 종류를 많이도 알고 있다. 아쉬운 휴일을 마무리하며 긴장되는 한주를 시작하기 위한 남편만의 일요일 저녁 일과이다. 어느날, 구두를 닦으며 말했다. "요즘은 광을 내도 구두가 전혀 광이 안난다"며... 못내 못들은 척 했다. 어제도 구두를 닦으며 속상했나 보다. 구두를 오래 신다보니 아무리 닦아도 광이 안나니 말이다. "나, 구두 한켤레 사주라"라며 조심스레 말하는 남편을 흘겨 보게 되었다. '뭐, 자기만 사회생활 하나.. 나도 구두 오래 신긴 마찬가지인데 옹색하게 자기것만 사달라다니...' 남편이 얄미웠다. 안된다는 내 말에 남편은 삐져서 오늘 아침까지 샐쭉해져 출근했다. 전에 없이 삐지기도 잘 삐진다. 한 리서치사에서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64%이상이 옷차림에 따라 사람을 많이 평가한다고 한다. 굳이 이런 통계치를 들먹이지 않아도 나 또한 여타 대인관계에서 그이들의 옷차림에 따라 여러가지를 짐작하고 대우하거늘... 내 남자는 어제 많이도 우울했을 것이다. 구두하나 맘대로 못사는 자기 처지를 한탄하며... 한달에 2~3만원은 꼭 컴관련 서적을 사느라 대형서점의 포인트 카드는 나날이 빵빵해져 가는데 남편의 구두 하나 시원스럽게 사주겠노라고 말하지 못한 나를 오늘 아침 질책해 본다. 오늘 월급 받으면 구두 사라고 남편 지갑에 용돈을 넣어 주어야 겠다. 정말 오랜만에 착한 생각을 가져 보니 마음이 가벼워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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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읽고... |
 우리 동네 꽃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