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세된 할머니의 죽음앞에서....
지난 주 일요일에 친정 할머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할머니의 올해 연세는 95세였지요.
그러다보니 장례식장은 통곡과 한숨의 장소가 아니라
오래간만에 멀리 떨어진 가족들을 모두 한 자리에 모이게 해준 잔치같았지요.
20년 정도는 류마티즘 관절염으로 거동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셨지라
저의 친정엄마의 고생이 말도 아니였답니다.
친정엄마의 올해 연세는 73세.
열여덟에 맏며느리로 시집와서 55년을 할머니와 한 집에서 사셨지요.
남들은 자식들 다 시집장가 보내고 며느리 수발 받으며 노후를 새롭게 시작한다고 하지만,
엄마는 70이 넘어까지도 며느리의 짊을 지고 사셨습니다.
작년 어버이날에 효부로 선정되어 대통령 상까지 타셨지만,
딸인 제가 보기에는 그런 상보다 엄마가 더 자유롭고 편하게 사는 게
더 보고 싶었을 뿐이었답니다.
그렇지만 할머니 죽음 앞에서 제일 슬퍼하는 건 바로 엄마였습니다.
그렇게 50년을 희생하며 살았으면서도 잘못한 것만 자꾸 떠오른다고 하시며...
그리고 여지껏 할머니 덕에 늘 '며느리'의 모습으로 늙지 않고 살 수 있었는데 ,
그래서 몸이 아파도 할머니 생각하며
부지런히 몸을 추스리며 살아 여지껏 올 수 있었는데
이젠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며 또 눈시울을 붉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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