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아십니까? 시리즈 12 (서대문구 신사동으로))
지금의 은평구는 당시엔 없는 구 이름이었다.
불광동 집엔 정확히 2년 2개월을 살았다.
그동안 은행 융자를 제외한 사채는 다 갚았고 좋은 일도 많았다.
시어머님의 칠순잔치가 가장 큰 행사였고 남편의 승진도 있었다..
자신을 위해서 잔치라고는 평생 열어 본적이 없는
등이 활처럼 굽도록 고생 하신 어머님.
친척 외척, 이웃까지 모두 불러 50여명,정성스런 한 끼 식사 대접이었지만.
대구 막내네와 시누이 식구들까지
4남매 가족이 다- 모이니 정말 행복해 하셨다....
평생토록 가락지 하나 못 끼어 보신 거친 손에
칠순잔치라고, 겨우 서돈짜리 금가락지밖에 못 끼워드리는데...
어머님은 눈물을 보이셨다.
나는 남편의 잦은 출장 때면 ,집수리하기에 바빴다.
재래식 부엌 연탄아궁이를 없애고 입식부엌으로 만들고
을지로 지물포를 뒤져가며 싸고 예쁜 벽지 골라서 도배도 하고,
장마철엔 기와장 손보러, 지붕에 올라가는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문에 페인트도 칠하고....
점점 예쁜 우리집이 되어갈 무렵,
좀 쎄다! 싶은 가격 1,000만원에 집을 내 놓았다.
어머! 하루 만에 980만원에 팔려 버렸다.
싸게 판 건 아닌지 가슴이 두근두근 했다.
이제 집 보러 다니는데는 경력이 붙어서 중점체크 메모를 챙겨들고.
나선지 3-4일만에 좋은 집을 찾을 수 있었다.
서대문구 신사동 29번지 00호
대지 60평 건평 30평 초록지붕의 양옥집
방이 넷이나 되고 지하실도 있고 남향에 동쪽 대문이다
골목 어귀에 약국도 있고 평지이며, 학교와 시장도 있어 맘에 들었다.
방하나 전세 200만원을 안고 역시 은행융자 80만원이 끼어 있고
1,300만원. 그 정도면 무리 없는 예산이었다.
78년 1월이었고 20일후 중도금, 2월 중순 잔금과 동시에 이사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4월이 되어도 이사를 할 수 없는 사정이 생겼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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