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나물
산내 가는 길이 의곡에 내려 버스를 타면 집 근처에 내릴 수 있게
편리해져도 난 한동안 걸어다니던 길을 고집했다
세원 지나 작은 이발소가 보이면 내리면 되는데 거기가 듯말이다
큰 아름드리 나무가 서 있고 흑염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둑길을
걸어내려가면 시냇물이 나온다
시냇물을 건너 산길을 걷고 그리고도 몇번 시냇물을 건너면
산모퉁이 돌아 아주까리 밭을 지나면 다리 건너
낯익은 고향마을이 반갑게 얼굴을 내민다
내가 걸어가던 추억의 길이 하도 좋아 한동안 십여리 길을 걸어다니길
고집했지만 그 길이 점점 없어져서 길 찾기가 어려워
걸어들어가는 걸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언제고 고향에 옛날 그길로 가보고싶다
대구 남부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듯말에 내려
시냇물을 건너고 산길을 걷고 그러다 또 시냇물을 건너서...
이제는 포장된 편리한 길의 유혹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겠지
요즘 슈퍼에 가면 깨끗한 돌나물이 스치로폴에 포장되어 나온다
슈퍼에서 돗나물 혹은 돋나물이라고 적어놔서 돌나물이 사투리라도 되는줄 알았더니
박완서님의 '두부'에 돌나물로 나오고 국어사전에도 돌나물로 나온다
돌나물을 사다가 무순, 당근, 오이, 적색양배추,무우를 잘 다듬어 썰어
접시에 보기좋게 돌려담고 초고추장을 뿌려먹으면 맛있다
이른 봄에 등산갈 때 야채 따로 초고추장 따로 가져가
즉석에서 뿌려 먹으면 동료들에게 인기 있다
돌나물은 물김치 담글 때 넣어도 맛있다
돌나물 먹을 때마다 고향산천이 떠오른다
유년의 기억엔 도대체 언제적의 기억인지
산내의 산에 흐드러진 연분홍빛 진달래라든가
아버지 따라 산내 갈 때 빠른 아버지 걸음을 따라잡지 못해
허둥대다가 안그래도 느린 발걸음을 더 붙잡던
할미꽃의 쓰다듬어주고싶던 보송보송하던 털의 부드러움이라든가
사촌동생이랑 뒷동산에 올라 나물 캐던 봄날의 추억이 자리잡고 있다
지금 내가 사먹는 돌나물은 아마도 비닐하우스 속에서 농약 듬뿍
뿌려 억지로 빨리 키운 것일진대
내 속마음엔 고향 땅에서 그 땅의 기를 받으며 고향 햇빛을 받으며 저절로 자란
봄날 제철에 나는 돌나물의 맛을 잊지 못해서 자꾸 돌나물을 먹으며 고향 생각이 나나 보다
지금쯤 산내 빈 밭이나 언덕엔 눈 속에서도 냉이가 올라오고 있진 않을까
좀 있으면 쑥도 나고 돌나물도 돋을게다
물고기 헤엄치고 개구리가 풀쩍거리며 뛰어다니던 조그만 도랑길 따라 걸어가면
그 도랑 양쪽으로 돌나물이 많이 나있었다
조금 더 걸어가면 박하도 있어서 지나다니기만 해도 향기가 들이쳤다
그리고 조금 더 걸어가면 돌다리가 있는 내고향
올봄에도 어김없이 고향산천 여기저기 돌나물이 돋겠지...
가끔씩 눈발이 흩날리는 체감온도 영하 20도라는 겨울 한가운데서
나는 봄날의 고향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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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슨이 지금도 이런가요.. 
은행나무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