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생각]16.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생일이 다가오거나, 크리스마스, 결혼기념일이 되면 남편은 묻는다.
'뭐 가지고 싶은 거 없어?'
평소엔 이것저것 사고 싶은게 많았지만 막상 물어보면 딱 이거다 하고
대답할 만한게 없다.
그래서 요 몇년간은 밖에서 외식하는 것으로 끝날 때가 많다.
올해는 무슨 때 되면 난 꼭 선물을 받아야겠다라고 선언했는데...
결혼 후 살다보니 남편 좋아하는 거, 애가 좋아하는 거만 찾게 되고
나를 잊어가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거와 싫어하는 것을 쭉 적어 보았는데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보다 마음으로 얻을 게 더 많았다.
<좋아하는 거>
프리지아, 이현우 콘서트 가기,
시속 140㎞로 창문 다 열어놓고 동작대교 달리기
(옆차에서는 XXX이라고 욕한다고 함).
삼겹살하고 같이 구워먹는 신김치, 생선초밥, 쫄깃한 우동,
토마토쥬스, 탤런트 이경영, 무슨 날 케잌에 촛불 켜기(유치찬란하죠?),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술 먹기, 친구들이랑 수다 떨기,
리조트 여행(돈만 많다면야..), 여행기 읽기, 비행기 타기 직전의 설레임.
루이뷔통·오일릴리(좋아하는데 사고 싶은 만큼 못 사니까)
쇼핑 후 집에 와서 코디해서 입어보기, 도서관에서 책 보기,
경복궁에서 삼청공원까지의 거리, 공주 사는 은주언니,
따지기 좋아하는 친구 은하(내가 무슨 문제 생기면 다 처리해 줌),
전세금 빼서 프랑스로 공부하러 간 친구 승희부부,
똘똘이 껴안고 자기, 서점 냄새, 수영장에서 슬라이드 타기
똘똘이 인라인스케이트 탈 동안 햇빛 좋은 벤치에 앉아 소설 읽기,
죽 치고 앉아 만두 빚어 냉동실에 가득 채우기, 홍차, 뜨거운 짬뽕,
설문지 작성, 시집살이하는 친구 위문 방문하기
엄마랑 시어머니 옷 물려 받아 내 식대로 입기, 송염치약
부산역에서 기차 타고 떠날 때(시댁에서 올라오니까.. 크크크)
시누이(나보다 8살 위지만 잘 통해서)
사무실 직원이 부탁한 쇼핑몰 가격 검색해서 싸게 사 줬을 때
(난 일명 인터걸)
<싫어하는 거>
맥주 안주로 과일 먹는 거(안그래도 배 부른데..)
얼굴도 본 적 없는 제3자를 '그 자식'이라고 말하는 남자들(습관임)
시도 때도 없이 목소리 큰 사람, 껌 짝짝 씹는 소리,
거래처에게 하대하는 사람들, 업스타일 머리로 딱 붙는 교복 치마 입은 뇬,
추운 것(스키, 눈썰매, 겨울 산행), 단 것(엿, 단빵, 꿀차 등)
남편이 냉장고 뒤질 때, 총알택시, 거만한 목소리,
혼자 삐져서 말 없이 심통 부리는 직원, 모든 일에 수선 떠는 사람(정신없어),
시간 관념없이 꼭 늦는 사람(그래도 올 때까지 기다리니까)
분식집에서 만두국 시켰는데 삼포만두 나왔을 때,
개그맨 이경실, 가수 이수영 목소리, 암웨이 권유
지하철 환승역 끝에서 타서 걸어가는 사람들(서 있는 나를 자꾸 치고 가서)
정체불명의 냄새,
그리고... 이런 것들을 못견뎌하는 못된 성격의 나..
(앞으로 둥글둥글 살겠습니다)
올 결혼기념일엔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케잌에 촛불 붙여 놓고 짝짝짝
박수를 치고, 삼겹살이랑 신김치 먹으며 입가심으로 맥주를 마시고,
남편한테 루이뷔통 열쇠고리 받고 감지덕지하여 동작대교 위에서
이현우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들으면서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홍차를 마시고 송염치약으로 이를 닦고 꿈나라로 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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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도 머리가 좋아야 잘 한다던데........ 
날씨가 풀렸다고 방심하고 있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