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 많던 여학생은 어디로 갔는가
그 많던 여학생은 어디로 갔는가 문정희 학창 시절 공부도 잘하고 특별활동에도 뛰어나던 그녀 여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시에도 무난히 합격했는데 지금은 어디로 갔는가 감자국을 끓이고 있을까 사골을 넣고 세 시간 동안 가스불 앞에서 더운 김을 쏘이며 감자국을 끓여 퇴근한 남편이 그 감자국을 15분동안 맛있게 먹어치우는 것을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을까 설거지를 끝내고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있을까 아니면 아직도 입사 원서를 들고 추운 거리를 헤매고 있을까 당 후보를 뽑는 체육관에서 한복을 입고 리본을 달아주고 있을까 꽃다발 증정을 하고 있을까 다행히 취직해 큰 사무실 한켠에 의자를 두고 친절하게 전화를 받고 가끔 찻잔을 나르겠지 의사 부인 교수 부인 간호원도 됐을 거야 문화센터에서 노래를 배우고 있을지도 몰라 그러고는 남편이 귀가하기 전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갈지도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저 높은 빌딩의 숲, 국회의원도 장관도 의사도 교수도 사업가도 회사원도 되지 못하고 개밥의 도토리처럼 이리저리 밀쳐져서 아직도 생것으로 굴러다닐까 크고 넓은 세상에 끼지 못하고 부엌과 안방에 갇혀 있을까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 |
|
| 
|
허브
2009-01-20 10:00
|
가족을 위해 국 끓이고 주부로 사는 모습 ... 아름다운 모습인데 괜히 울컥하는 건 왜 일까요? 저는 맛있다는 떡볶이 집 순회하며 다니고 만화책 몰래 보던 그런 여학생이였는데... " 여학생' 이라는 단어가 참 이런 저럭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오늘 날씨도 좋은데 어쩌다 이 시를 접해 아침부터 '잡생각'이 많습니다. ^^ |
|
|
|
토리
2009-01-20 16:38
|
저두 울컥 ㅠㅠ 단짝친구와 떡볶이집 다니던 그 시절이 넘 행복하단걸 그땐 알았을까요? 그리워요 ㅠㅠ | |
|
|
|
라니
2009-01-23 18:50
|
이런 시가 있었군요. 역시 만화책 몰래 보던 그 여학생 덕분에 배우게 되네요.^^ 농담 한마디 해도 되남요?? 그 많던 여학생들은 음....설날 장보러 갔을걸요~ 마트로,백화점으로,재래시장으로, 아니면 인터넷 속으로... |
|
|
|
|
뜨락
2009-01-24 10:36
|
그 여학생 얼마전 응모한 문예전에서 낙방하고 우울해하고 있다. 대상을 노린것도 아니고 그냥 글쓰는 이로 인정받고 싶었다. 아들은 처음이니 다시 시도해보라 하고 남편은 웬지 비웃는듯하고 딸아이 위로한다고 하는 말 "엄만 너무 서정적이야. 보통 아줌마들은 그런 꿈 안 갖고 있는데.." 그래도 난 다시 걸어가야지!! 내가 나에게 글쓰던 습관도 이젠 전환하여 다른이들에게 전해 질 수 있는 글쓰기 공부가 필요한 때이다. 그래서, 먼 훗날 내 책이 도서관에 꽂히는 꿈....... |
|
|
|
|
허브
2009-01-25 20:34
|
저희 친정아버지 아직도 글 쓰십니다. 비록 글이 실리고 읽히는 것이 '강남구노인대학' 내지는 실버대학 월간지거나 구청사보 정도 지만요. 아빠가 쓰시는 글들은 먼저 저희 가족 싸이에 올라 오는데 그 어떤 소설보다 감동적이고 재미가 있습니다. 글들을 통해 과거를 여행하시는 모습을 보며 저희는 행복 합니다, 저희가 글을 엮어 책을 출반해 드리려고 하고 있어요. 꿈이 있는 한 언젠가, 어떤 모양으로든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고, 뜨락님도 그렇고 ... 그래서 나이들만 하지 않나 해요. 조금씩 용감해지니까요 ^^ |
|
|
|
 내복 한벌과 소주 두병. |
 뭐든 치열하네요....ㅎㅎ |
| 그 많던 여학생은 어디로 갔는가 | 허브 | 2009.01.20 | 2734 |
| Re..다 좋은데... | 미솔 | 2009.01.20 | 252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