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닦는 사람
저는 책을 닦는 사람입니다.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와 같이 나누고자
기증해 준 책을 닦고 있지요.
세월의 흔적만큼 변색된 책을 새책으로 바꿀 수야 없지만,
이 책을 읽을 그 누군가를 위해 열심히 책을 닦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도서실 사서교사입니다
책이 도서실로 들어와 정리되고
학생들 손에 들어가기까지 십여번도 넘게 제 손을 거쳐갑니다.
제 손을 거쳐간 책들은 가격을 떠나
어느 한권 귀하지 않은 책이 없습니다.
그 중 제가 가장 측은해 하는 책이 기증 받은 책입니다.
기증도서는 사연도 많습니다.
우리도서실은 주로 선생님과 학생들이 기증을 하는데,
책을 정리하다 보면 책속에,
감사의 마음을 적은 글,
본인이나 가족중 누군가가 가슴아프게 겪었던 사랑의 편지
인생에 길에서의 번민들도 책과 함께 기증되기도 합니다.
뽀얀 먼지를 뒤집어쓰고,
주인의 손때와 세월의 흔적을 묻혀서 들어오는 책을 보고 있으면
버려진 아이들을 보는 심정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더욱더 열심히 닦습니다.
책을 닦고, 정리하여 서가에 꽂히면,
기증 받은 책은 비로소 입양이 끝나는 것이지요.
수건을 깨끗하게 빨아서
최대한 예뻐 보이게 깨끗하게 닦습니다.
내가 이렇게 함으로써 이 책들은 새로운 주인들을 만날 것이고,
비록 일주일간의 대출기간일지라도 우리아이들이
깨끗하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입니다.
특별한 애정을 쏟았던 귀한 책들이
집안 구석에 방치되어 있지는 않습니까?
이러한 책들이 많이 도서실로 기증되어
여러 사람과 나눌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램입니다.
그러한 바램을 담아 저는 오늘도 책을 닦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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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리어스-리베르탱고 
누구나 늙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