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늙는다...
주말 잘 보내셨어요?
비가 간간이 내려 마음 먹었던 인라인도 못타고 하여 아이와 롯데월드를
가려고 나섰습니다.
주차장에서 차를 빼려고 하는데 환자복을 입은 머리 하얀 할머님이
삼성의료원이 어느쪽이냐고 물으십니다.
삼성의료원에 입원 중인데 바람 쏘이러 나왔다가 길을 잃어 버렸다고....
참 황당하면서도 당황스럽더라구요.
거기서 여기가 어딘데....
댁전화번호도 모르신다, 아들 핸드폰도 모르신다,
당신 이름과 삼성의료원이라는 이름만 아신다는 겁니다.
'저쪽으로 가세요'라고 도저히 말을 못하겠고 우선 차에 할머니를 태웠습니다.
운전하고 가면서 삼성의료원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얘기하며 그리로 가고 있다고
했더니 기막혀 하지요.
직원이 나가 있을테니 응급실로 오라고 합니다.
할머님은 뒷자리에 앉으셔서 내내 미안해요, 미안해요만 연신 말씀하십니다.
76세이신데 아들 딸 모두 당신을 안모신다고 해서 혼자 신림동에 살고 있는데
열흘전 갑자기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했다고....
그런데 당신이 이렇게 계속 있다가 퇴원하면 아무도 당신 뒷수발을 안할텐데
그게 걱정이 되어 조금이라도 움직여 볼려고 왔다갔다 하다가 이렇게 길을 잃었답니다.
'아드님 한 분 밖에 없으세요?' 하고 물으니
'자식 많으면 뭐해요. 아무도 같이 안살려고 하는데...'
갑자기 운전석 밖 창문이 더 흐려지는 것 같았습니다.
삼성의료원에 다다러 갑자기 환자복이 생각나 차를 세우고 할머니 환자복을
살펴보았습니다.
다른 병원은 환자복 전체에 병원명이 촘촘이 새겨져 있잖아요.
그런데 이 환자복은 병원명이 없는 겁니다.
그런데 앞주머니에 아주 작게 병원명이 써있는데 글쎄....
'경희한방병원'이네요....
우선 그것부터 확인하고 출발했어야 하는데 전 너무 당황스러워서....
응급실에 갔더니 직원이 연락 받았다고 나와 있더군요.
다시 얘기를 하고 차를 돌려 경희한방병원으로 갔습니다.
경희한방병원은 집 바로 앞이거든요.
저희 아파트가 4,400세대라 처음 온 사람들은 아파트에 들어서서 헤매이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거기가 거기 같으니....
제가 생각해도 제가 너무 미련스러운 거 있죠?
삼성의료원이 어디라고 할머니가 여기까지 오셨다고 생각을 하다니....
제 실수로 길을 빙빙 돈 것인데 할머니는 계속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이웃 친구들은 당신이 이렇게 되었다고 다들 놀린다고... 정말 건강했는데...
당신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이렇게 병원 나온 것 아들이 알면
혼날텐데 하며 걱정하시는 할머니께
'할머니... 노인들은 하루 아침에 건강이 안좋을 수 있대요. 다시 좋아지실
거예요'했지만
병원앞에 내려 모시고 들어가는데 할머니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저 또한 마음이 무척 무겁구요.
친정부모님은 아직 젊으신 편이지만 시부모님 역시 일흔이 넘으셔서
두분만 사시는데 언제 저렇게 될지 아무도 모르쟎아요.
롯데월드 옆 백화점에 젊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걸 보면서...
나를 비롯하여 누구나 늙는데 우린 그걸 모르고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나의 젊음은 평생 가는 줄 알잖아요.
마음이 참 무거운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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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key
책 닦는 사람 
mbn <생생정보마당> 40~60대 면역력에 힘쓰는 건강 사례자를 찾습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