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생각]8. 구세군 빨간 냄비 앞에서의 단상.
그제, 영등포 백화점을 갔다.
거의 3년을 미루어 온 남편 반 코트를 기어코 사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출근 길 새벽마다, 퇴근 길 늦은 밤마다
늘 등이 휘어 굽어 있는 남편의 등이 늘 가슴 한구석을 후벼팠다.
"3만원, 아니 코트니까 조금 비싸 5만원 정도는 하겠지?
5만원 이하면 사고 이상이면 사지 말아라"라는 남편의 말에
"요즘 5만원 짜리 반코트가 어디있냐"며 물가를 모르는지 알면서 그러는지 ...
어쨌든 사고 말리라는 욕심에
"월 수입 ㅇㅇㅇ를 벌어오는 가장이 그 흔한 반코트 하나없어
이 추위에 등이 휘어 다닌다는게 말이 되냐? 그 정도는 괜찮아."
거기에 덧 붙여
"자기 몸에 돈 쓰는게 아까우면 내가 고생하는 자기 생각해 선물할게"
그때서야
나의 말에 감동해서인지
혹은 자신도 늘 필요했던 것이라 생각해 왔던 것인지
마지못해 " 그래도 7만원은 넘지마.."
그렇게 향했던 백화점에서 50% 할인해서도
최하 20하고도 7팔만원에서 40여만원에 이르는 가격은
"주말에 나올게요'란은 궁색한 변명만 남기고 빈손으로 내몰았다.
남편에게 전화 해서,
" 좋은 게 많아. 근데 아직은 행사가 아니라 조금 가격이 세네.
5일 부터는 행사에 들어가서 동일 품목이 아주 싸진다고 하니
주말에 다시 나갈까봐.
당신은 어떤 색이 좋아?
검정과 곤색이 있는데 어떤게 좋을지 몰라 그냥왔네."
2~3만원을 번 대신 코트를 사게 될 날까지
남편의 등을 어떻게 지켜볼까 고민하면서 나서는 길목에서
눈과 귀를 잡는 반가운 친구를 보았습니다.
올해 활동을 시작한 구세군 남비였습니다.
87년 시골 촌것이 처음 서울에 와서
맞이한 서울의 1월 겨울은 충격이었습니다.
땅밑으로 다니는 비를 피할 수 있는 지하철과
명동 모 백화점의 커다랗고 번쩍이는 구조물들이 꼭 별천지였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충격은
그 구조물들의 가까운 거리의 지하철 계단의 추운 맨바닥에서
가느다란 손을 내밀고 동전을 호소하는 "거지"였습니다.
놀란 동공과 가슴에 박힌 그 모습으로 한동안 충격과 혼동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랬던 저는 요즘,
지하철의, 혹은 거리의 이들에게 아주 익숙해져서
오히려 이들의 처지와 형편에 대한 진실을
바로보지 못하는 버릇이 되었습니다.
" 앵벌이야. 저사람들이 더 부자더라고 하더라.
우리가 자주 주면 더 기승을 부린다더라...."
들려오는 말들과 이들과 관련된 불미스런 일련의 사회적 사건들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바라보지 못하도록 색안경을 끼워습니다.
아닙니다.
이것은 핑계입니다.
솔직히 선뜻 지갑을 열기 아깝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기 싫었기때문입니다.
무디어진 감정의 표현이고,
자기 중심으로 생각하기에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30만원은 비싸고 25만원은 싸다고 여기면서 만족스럽게 살 줄알고,
그리고 5 만원으로 "내 처지가 입어도 되고 안되고 .."등의
처지운운하는 모습이,
요란하게 울리는 종소리와 붉은 냄비때문에 일순 깨어져 달아났습니다.
그리고 순간 부끄러움과 자족의 기쁨이 교차하였습니다.
작년 구세군 총 결산 내용을 어느 일간지를 통해 보았습니다.
서민들이 많은 동네(구)일수록 액수가 크고 ㅇㅇ구 ㅇㅇ동 처럼
부자동네 일수록 작았으며,
또한 서민들이 이용하는 지하철과 시장에 비해 대형 백화점 주변일수록
덜하다는 내용이
물질적 풍요와는 반대로 더욱 가난해진 우리들의 마음을 증명하는 것같아
안타까웠습니다.
그때 전 남편에게
"당연하지.. 서민들은 걸어다니니 구세군을 만날 기회가 많고,
승용차를 이용하는 인구가 많은 지역은
당연히 접촉기회가 적으니 적을 수 밖에..."
그러면서도 어찌나 이 말이 궁색했던지...
어찌 이게 보행이냐 승차냐의 차이겠습니까
다가가려는 정성의 문제겠죠.
새벽 녘,
작년보다 더욱 춥고 길어진다는 기상예보에
남편의 뒷모습과 함께 우리의 가난한 이웃도 함께 생각하는
마음의 여유가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의 제 위치와 처지에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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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족.. 
우리부부가 살았던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