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아십니까? 시리즈 11 (마당에 열평짜리 동산)
집을 취득하고 나서 등기서류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적도 확인 결과 담장 밖으로 우리 땅이 10평이 나가있는걸 알게 되었다.
집 앞쪽으로는 골목이고 옆쪽으로 바위 동산 언덕이 있었는데
지형 차이 때문에 건축업자가 담을 안으로 친 모양이었다.
나는 구청으로 등기소로 찾아다니며 까다로운 절차를 모두 마치고,
남편의 장기간 해외 출장을 기다렸다가 공사를 시작했다.
그때는 인건비가 싸서 블롴 담치는 공사비는 생각보다 쌌다.
어머! 내 집안에 10평짜리 아이들 놀이동산이 생긴 거다.
덩달아 대지는 10평을 덤으로 얻어 60평으로 늘어났다.
전세 사는 것 보다 낫겠다고 값 싼 집을 사다보니,
지대가 높아 역시 물 사정이 애를 먹인다.
밤중에만 졸졸 나오는 물을 받는일은 시어머니가 자청해 주셨지만,
단열이 전혀 안되어 한겨울, 네루 아궁이와 부엌과 마루 연탄난로까지.
하루 스무 장의 연탄을 갈아 넣어도 왜? 그리도 추운지?
골목 전체에 전화 있는 집은 한집 뿐 이었으니 밤중에라도 급한 전화가 오면
여기 저기“ 탕!! 탕 !!! 전화받아요“하고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하루 밤에도 몇 번씩 ..이웃들의 선한 인심이었다..
富의 상징인 “백색전화”가 있기는 했어도 100만원이나 했으니 그림에 떡이었지
이사 오자마자 전화부터 신청했지만, 1년 반 이상 기다려야 한다니....
시어머님과 아이까지, 갑작스런 서울 생활 적응이 어려워
점점 말수가 줄어들었다.,
어머님은 대구에 두고 온 막내가 못내 궁금하시지만
우리 집만 전화가 없는 게 아니라 저쪽도 전화가 없으니
공중전화인들 무슨 소용인가?
편지 말고는 소식 전할 길이 없고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병이 다 나셨다..,
이듬해 봄
생각 끝에 우리 집에 놀이동산을 꾸미기로 했다. 좋은 정원수는 아니더라도,
목련도 몇 그루 심고, 철쭉, 개나리 진달래 ,풀꽃들도 심어 놓고
내가 쳐녀 때부터 쓰던 탠트를 쳤다.
순식간에 동네 아이들은 다 모였다.
아이에겐 좋은 친구들이었고 작은 유치원이 생긴 셈이다.
보자기 뒤집어쓰고 황금박쥐,한다고 뛰어내리고, 로보트 태권V, 마징가 Z ..
엄마 찾아 삼만리, 은하철도 999...
아이는 하루종일 오르고 내리며 흙 밭에서 구르고 달리며 튼튼하게 잘놀고
덩달아 시어머님께서도 생기를 되찾으셨다.
또 어머님께 기운내는 일은 역시 돈이었다.
월급날 이면 돈을 방바닥에 펴놓고 어머님과 함께, 봉투마다 넣는다.
이자와 남편의 용돈까지도 어머님 손으로 건네주게 했다.
우유값, 오물료, 신문값, 전기료, 수도료, 쌀값, 등등..
얼마 안되는 용돈과 함께 거의 월급 전액을 어머님께서
관리 하게 해드렸더니 경제권을 가지셨다는 자부심과 함께
이웃 할머니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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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를 아십니까? 시리즈 12 (서대문구 신사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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