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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뢰'의 <상하이에서 부치는 편지>를 읽고...
온실속의 분재로 키우고 싶지 않다(?) 목재중의 제일로 치는 주목의 아름다운 결은 시련의 무늬라고 하고, 나무의 살아온 내력은 고스란히 줄기에 드러난다고 한다. 가지치기로 개화시기가 조정된 가든파티의 장미에서는 서글픈 향기가 난다. 몇뼘의 화분과 제한된 공간에 맞추어져 가지치기를 당한 분재에는 동구밖, 오랜 세월의 풍상을 견뎌낸 고목의 장엄미가 박제된 꿈처럼 박혀있다. 꽃에 대한 집착은 인간의 짝사랑이고 자식에 대한 집착도 언제나 짝사랑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음악가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있고 그들의 천재성과 노력을 거론 할 때마다 예외 없이 부모의 피땀어린 희생과 조기교육의 극성이 후렴처럼 따라 붙는다. 현대 중국의 번역가이자 평론가였던 '부뢰'가 그의 아들인 피아니스트 '부총'과 주고 받은 편지글인데, 박학다식한 작자의 글에서는 그릇을 깎고 다듬어 완벽한 예술품을 만들어 내는 장인이 연상된다. 될성부른 천재성을 발견하고 뒷바라지 하는 과정은 예술의 길에는 지름길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부자간의 대화라기 보다는 사제간의 대화처럼 심오하다. 그러나 지나친 노파심은 실수로 부터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지식의 보고이며 첨예한 교양인인 작자의 완벽주의가 읽는 내내 나를 숨막히게 했다. 우리의 16세기 사대부가 손자를 기르며 쓴 체험적 육아일기인 '양아록'이 감성적이라면 이책은 우아하게 냉혹하다. 작자의 불행했던 마지막을 읽으며 자신이 만든 조각상을 사랑했던 신화 속의 어떤 비극적 인물이 떠올랐다. 살벌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끼를 낭떠러지로 떨어뜨리는 사자의 스파르타식 교육법도,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라는 탈무드의 지혜도,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가슴은 여전히 입안에 먹이를 넣어주는 제비의 새끼사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녀교육에 정도가 무엇인지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오리무중이다. 스스로 살아갈 힘 길러주기, 한계가 모호하지만 믿고 지켜보기... 여느 부모들 처럼 나도 내 아이들이 안정적인 삶을 살기를 바란다. 엄부자모나 자부엄모의 반듯한 울타리가 되어주지도 못하고, 기러기 엄마 아빠가 될 만큼의 용기도 능력도 없고, 채찍질의 동기유발은 커녕 아이가 쓴 글을 볼 때마다 '살리에르'의 질투에 빠지는 대책없는 엄마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중용의 도를 촘촘히 누빈다면 욕심 없고 물렁한 부모라는 죄책감이 조금은 가벼워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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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내딸에게 쓴 편지 |
 우울한 날들, 그래도 희망을 놓치지 않으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