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에 대하여
[나이듦에 대하여]
여성학자 박혜란의 신작에세이 입니다.
전 원래 여성학자들의 글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책 뒷편의 글 몇줄에 홀딱해 책을 사서는 어제 밤 늦도록
읽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얼마전 증명사진을 찍고는 그 충격이 가시지 않아
다 내 얘기를 하는 것처럼 이책이 공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충격이요?
비가 주룩 주록 오던날 급하게 사진이 필요해 즉석 증명사진을
찍었는데 그 사진속의 여자는 남이더군요.
사진관 아저씨께 화를 내고, 거의 땡깡을 피워
다시 찍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집에 와서
사진을 보면서 얼마나 우울하던지 요.
즉석사진이라, 비가와 머리가 푹꺼져서 등등
스스로 위안을 하면서도 사진속의 나이 든 제 모습이
정말 서글 펐습니다. 충격 받았지요.
.............
"어머, 어쩜 넌 그대로니?" 하면 꾸며진 감탄사들은
그 서러움을 달래기엔 턱없이 모자란 사탕발림,짜고 치는
고스톱일 뿐이다.
산다는 것은 늙어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린 늙음이란 젊음이
스타카토로 끝나는 어느 날 별개의 삶처럼 시작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기를 쓰고 늙음을 밀어내려고 애쓴다.
마지못해 늙음이후의 생활을 예비하면서.
하지만 늙음 이후의 생활, 즉 노후생활이 어떻게 따로 있을 수 있는가.
노전생활이란 말이 없는 것처럼 노후생활이란 말도 틀린 말이다.
우리는 그저 계속 늙어가고 있을 뿐이다.
.............. [나이듦에 대하여 본문 중에서].......
눈부시게 날이 좋습니다.
대모산도 훌쩍 가까이에 와 있고 하늘도 한층 가깝고
막 하교하는 아이들의 소음이 멋지게 어울리는 주말입니다.
빨리 씻고 기지개를 펴야겠습니다.
나이? 자꾸 생각하니 머리만 아픈 걸요.
월요일날 부터 다시 생각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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