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아십니까? 시리즈 14 (해약의 이유...)
당시 강남이 개발되면서 새 아파트들이 속속 분양을 했고,
미등기 전매와 투기가 판을 치며,
아파트 가격을 하루가 다르게 올려놓고 있던 무리들이 있었지만,
나처럼 단독주택의 대다수 사람들은 아파트에 관심조차도 없었다.
내게 집을 팔았던 그 사람은 아파트를 8개를 한꺼번에 신청하면서
분양 대금을 내려고 집을 판 것인데 하나도
당첨되지 않아 이사를 갈수 없다는 얘기였다.
계약은 서로의 약속이다.
해약 하고 싶었으면 중도금전에 연락했어야지 아무말도 없다가.
중도금 날짜도 지났는데 지금 와서 무슨 이런 경우가 다-있느냐?
만나서 이야기 하자고 통사정을 해봐도
지방에 내려와 있으니 그럴 수 없다면서 딴청만 부린다.
아파트 여덟개를 한꺼번에 신청할 정도면 돈 없는 사람도 아닌데
설마 하나도 안 되리라고는 생각은 못했던 모양이다...
중도금 바로 다음날 마지막 발표가 있었기에
그 다음날 까지 중도금을 안받고 미루고 있었던것이 분명했다.
당첨되면 중도금 받고, 아니면 해약하고,....
우리쪽 생각은 전혀 안하고 본인의 이익만을 위해 양다리를 걸친 셈!.
꼭 이사를 오고 싶으면 그동안 집값이 많이 올랐으니
300만원을 더 내라는 일방적인 말만 했다.
300만원이면 엄청난 돈인데, 세상에 뭐 이런 사람이 다-있나?
생전 처음으로 말이 안 통하는 딴 나라 사람과 마주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한없이 야속하기도 하고 슬픈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지쳐 스스로 포기하기를 기다리며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중도금은 이미 법원에 맡겨져 있으니 찾아가시고 빨리 집을 알아보라고
사정해 보았지만,소용없는 일.
전화도 안받고 찾아가도 만날 수도 없고 ...
답답한 시간은 잔금 날까지 계속되었다..
잔금 받으라고 연락 해보았지만 역시 대답이 없었다.
할수 없이 중도금 때와 같은 방법으로 잔금도 법원에 공탁을 했다.
집값 1300만원이 다 건너간 셈이지만 남는건 빈손 뿐이었다.
그리고 우린 바로 “부동산 명도 소송”을 법원에 신청했다..
기막힌 일이지만,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평생 안 해도 좋을 재판,
언제 끝날지도 모를 싸움을 법정에서 하게 된 셈이다.
한편, 불광동 집을 사서 이사 올 사람에게는 아무 피해를 줄 수가 없었다.
두말없이 집을 비우고 이사를 나와야 했다.
어머님은 막내 집으로, 아이는 친정에 맡겨지고
이삿짐은 친구네로 이웃으로....
완전히 졸지에 이산가족에다 거지꼴이 되었다.
“아무 잘못도 없이 당하는 일에 억울하기도 하고 분노를 느꼈다.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이 힘든 고비를 넘기자.
정당하고 당연한 권리이기에 공정한 심판으로 집을 찾고 싶었다.
비좁은 시동생집에서 기거하면서 아침이면 나는 법원앞으로 출근을 했다.
재판을 시작 하면서 무슨 준비 서류가 그리도 많은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남편이지만 회사일로 바빠,
모든 서류 준비와 접수하는일이며, 잔심부름들은 몽땅 내몫이었다.
첫 재판날을 기다리는 그해 봄날은 정말 잔인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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