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아십니까? 시리즈 17 (어머님의 뇌출혈)
어머님 연세 73세의 초여름 아버님 제삿날에 있었던 일이다.
하루 종일 지지고 부치고 음식을 거들어 주시면서도 둘째 며느리가
제사에 별로 관심 없는 것이 못내 서운하신가보다.
기독교 가정에서 장로님 딸로 자랐으니 나는 이해 할 수 있었으나
저녁시간이 지나면서 어머님은 골목에 나가 서성이기를 몇 시간.
배고파서 저녁까지 먹고왔다는 둘째아들과 며느리가 들어서자,
아무말 없으신채로 제사부터 모시면서 영-안색이 흐렸다.,
제사가 끝날 무렵
“영감 내잔 한잔 받으소”
“이제 그만 나도 당신한데 갈라요, 온 김에 나 데불고 가소.....
그 말씀을 마치는 바로 그 순간 쓰러지셨다.
이 무슨 날 벼락도 이런 날 벼락인가?
혼비백산한 우리는 고려병원 중환자실로 모셨다.
전혀 의식조차 없으신채로 내게 무언가 할말이 있는 듯 ...
입가가 작게 움직이며, 내손에 종이 한 장을 쥐어 주셨다..
“뇌출혈! 중환자실 문은 굳게 닫혀 있어도
전혀 자리를 뜰 수 없는 위급한 상황!
꼿꼿이 서서 날밤을 세우고
아침에야 내손에 무언가 들려 있음을 알아차렸다. 무심코 펴보니...
“어머 세상에!....전당포에 물건 맡긴 영수증이 아닌가?.
칠순때 끼워드린 금반지 서돈...
대구에 막내가 또? 무슨 사고를 쳤구나...
재판하고 집사고 열심히 사는 내게 더 이상 손 벌리기도 미안하고,
수중에 넉넉한 돈도 없어 전당포에 끼고 있던 반지를 맡겨 그돈을
막내에게 보낸것...
이럴수가? 아무도 몰래 얼마나 속이 탔으면...세상에 난 할말을 잊었다
바로 이런 게 엄마 마음이구나!. 난 그때서야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마지막 쓰러지는 순간까지 내게 그 말씀을 하고 싶었던 거다.
“어머님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이거 내일이라도 찾으면 되요”..지금이라도 금방 찾아 올 테니 일어나세요.“
나는 간절히 빌었다.
며칠을 넘길지 알 수 없다는 의사의 말뿐 나는 멍-해있으면서도
하루종일 집에 혼자 두고 온 아이 생각은 나지도 않았다.
늦은 오후에야 전화를 했더니...
"엄마 걱정 마" "옆방 아줌마가 밥 줘서 먹었고 학교 갔다 왔고 숙제도 다했어".
내일도 그렇게 할 거니까 할머니 다-낳으면 같이 오란다.....
나는 공중전화통을 붙들고 엉엉 소리 내어 울고 말았다.
남편의 그놈에 회사는 일, 일...초상이 나야만 쉬게 할 건지?
날밤을 세우고도 정상출근을 하기를 몇날 며칠!
남편의 몰골이 하루가 다르게 처참해져갔다.
나는 사흘만에야 잠깐 집에 들렀더니 아이는 창틀에 기댄 채로 잠들어 있었다.
혼자서 얼마나 엄마를 기다렸는지?
방바닥엔 쓰다만 그림 일기장을 펴둔채로...
"할머니, 빨리와 내가 호-호-해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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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가방 뜨고 있어요 
살아있는자의 부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