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아십니까? 시리즈 9 (또 다시 서울로!.)
잠시 삶의 의욕을 잃고 포도밭을 산책하는 날이 많아 졌다.
살림에 정을 부치려고 애를 써본다.
180L짜리 원도어냉장고,
14인키 흑백 TV, 회사 전화이긴 하지만,
빙빙 돌리는 흰 번호판 달린 까만 전화기
반짝반짝 닦아보지만, 왠지? 멍-하니
하늘을 보는 시간이 잦았다.
그 무렵 아이를 시어머니께 맡기고 혼자 충청도를 거쳐 강원도까지
혼자만의 긴 여행을 하고 돌아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사택에서도 우리집 얘기가 화제가 되어있었다.
본인의 집도 없으면서 시동생 집부터 사주었다고...
회사에 까지 시끄러웠지만 내겐 그냥... 해야 할 일이었을 뿐이었다.
마당엔 채소가 자라고 가까이 과수원이 많아 과일도 흔하고,
전기,수도, 전화료까지 무료에다 셔틀버스까지도 공짜이니
생활비는 거의 저축할 수 있었고, 월급도 올라, 몇 년 만 더 알뜰히 해보자!
자신도 생겼다.
뒤뜰에 심은 큰 누렁이 호박을 따면 호박범벅과 호박떡을 만들어 큰
들통으로 몇 개씩 가까운 양로원으로 날랐다.
가난했지만, 시어머님의 나누는 마음은 훗날 내게 큰 가르침으로 남았다.
메주도 쑤어 처마에 달고, 청국장도 띄우고 시어머님솜씨를 차근히 배워가며,
장작불 피워 목욕물 데우면 시어머님과 둘이 들어가 서로 등밀어 주며
확실한 부모 자식간으로 정들어 가고 시댁 식구들 모두가 심성은 참 착한 사람들이었다.
불과 30분 거리에 있는 친정에서는 이사하는날 한번 와 보신것 뿐,
안사돈도 계시고 시집간 딸네 자주 가는법이 아니라고 일체 왕래가 없었으며
어쩌다 들르면 어서 가라고 재촉하시는 아버지가 야속하기도 했다.
사택 부인들과도 사이좋게 정을 나누며 살았고 모임도 하나 만들어져
막내인 내가 총무를 맡았다.
복장학원에 다니던 나는 디자인 고급반으로 진급을 할 무렵,
갑자기 이 무슨 일인고,
서울로 다시 발령이 나다니?
이제 겨우 이곳에 생활을 즐길만 한데...
생산현장에서는 2년만의 이동이란 거의 없는 일이었지만,
전산하는 사람이라 또 서울 본사에서 불러 가는 모양이었다.
인사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서둘러 이사를 가야 한단다.
모두 영전이라고 축하 인사를 다녀가지만,
내 머리는 집 걱정에 잠을 설친다.
어른 모시고 다시 셋방으로 갈수도 없는 처지인데
이렇게 빨리 발령이 나다니...
어디로 가야하나?
"가족의 건강과 가정경제는 주부 책임"
이 보이지 않는 딱딱한 규칙은 나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아이와 시어머님은 사택에 남겨둔 채 나는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
독채 전세를 찾아 나섰다.
그동안 전세도 많이 올라 단독주택 독채 전세가 200만원은 있어야
얻을 수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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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딜레마 
어버이날 받고 싶은 선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