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아십니까? 시리즈 3 (사건과 취로사업)
73년. 제9대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해
어느날 밤 사건이 생겼다..
담장도 없이 골목에 바로 붙은 우리방 벽이
국회의원후보들의 얼굴이 쫙-"그려진 선거 벽보판" 되있었다.
남편이 퇴근하면서 화가 머리 끝까지....
술기운도 한몫했고...
"아무리 내가 가난하고 힘없는 백성이지만 한마듸 사전 양해도 없이
내방 벽을 선거용 벽보판을 만들어?
힘없는 백성을 무시한 처사라고...
쫘악~~- 쫘악---~~~
국회의원 후보 10여명의 얼굴들이 발기 발기 찢겨나갔다.
이튿날 이건 사건이었다.
김신조 출현후 밤12시면 자하문 통행이 차단되고 바리케이트가 쳐지는 때,
당시의 공권력이란 지금은 상상하기 힘들만큼의 막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불순분자로 오인이든 낙인이든 한번 찍히면 인생이 끝장나는 시절이였으니..
"선거 벽보 훼손죄"는 큰죄였다.
통장이 찾아와 사실조사를 해가고,
파출소로 불려가고..
나는 초죽음이 된채로...
"술이 취해 실수로 그런 것이지 제 남편은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요.
"다시는 그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얼마나 떨었는지.... 휴우~~~
경위서를 쓰고 긑난일이지만
남편은 내내 힘없고 못사는 우리를 무시한 처사라고 불만이었다.
다시 벽보는 붙여졌고,
남편의 퇴근이 늦는날이면 혹시 같은 실수를 또 할까봐
골목길에서 서성이기를 몇날 몇일...
선거가 빨리 끝나기를 손꼽아 기다려야 했다.
그 일이 있은후 통장 할아버지는 자주 우리집에 들르곤 했다.
어느날 내게 동사무소로 가서 일을 해보라고 하면서
쪽지 한장을 건네 주었다.
마침 다니러 오신 시어머니께 애기를 맡기고 일을 나섰다.
바로 공공 근로 사업이었다.
동네 전체 배수로 정비사업, 가로수 정리, 하수도및 보도블록 개보수...
영세민중에서도 노인들에게 부여되는 노동 일이지만,
노인의 참여도가 낮아 통장의 배려? 로 내게로 온것이다.
청바지에 모자 푸-욱 눌러쓰고 하루종일 땀흘리며 일했다.
일당 2,000원
라면 한상자,
밀가루 한부대, 세가지중에 한가지 선택권이 있었다.
나는 밀가루로 골랐다, 그리고 세검정 냇가에 국수 뽑는 집에 가서
국수를 뽑으니 나무 사과 괘짝으로 두상자하고도 남았다.
그 국수는 시동생네 집에도 보내고 이웃에게도 넉넉히 나누었다.
나는 라면이나 현금대신 늘- 밀가루를 선택한것은 국수 뽑는일이 귀찮긴해도
밀가루가 훨씬 쓰임새도 많았고 경제적이였기 때문이였다.
분명 영세민은 아님에도 그일은 얼마동안 계속되었다.
가계에도 큰 보탬이었고,
무엇보다 남편에게는 지금까지 비밀일수 있어 다행이었다.
시어머님은
"없는 집에 시집와서 니 욕 본데이....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까지 해야할만큼 절박했었던가?
그러나, 그땐 하루 빨리 그 셋방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그냥 주어진 되로 아무 각색없이 받아들였을 뿐이다.
그해 여름 아기 때문에 함께 갈수 없는 여름 휴가를
남편 혼자 2박3일
울릉도로 보내주었고,
나는 그후 친정으로 "나만의 첫 휴가"가 시작되기도 했다.
|
내 남자의 구두 
바른 생활 사나이 2부 -3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