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읽고...
요즘 mbc에서 하는 캠페인에 소개되었던 책입니다.
괭이부리말은 인천 만석동 달동네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피난민들이 모여 살며 이루어진 이 동네는
인천 달동네 중 제일 오래된 빈민지역이라 합니다.
그 안에서 아이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과장없이 담담하게 써 나간 이야기인데
앞만 보고, 위만 보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는 해피앤딩도 아니고 불행도 없고, 반전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러자'하는 메시지는 더더욱 없습니다.
다만 가슴에 뭔가를 뭉클하게 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봉천동은 봉천본동부터 12동까지 굉장히 넓은 지역입니다.
그 중 비교적 중산층이 산다(???)하는 봉천1동에서 계속 자랐던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 우리집이 제일 부자인 줄 알았어요.
봉천동 전 지역에서 모여 들었던 고등학교 친구들 중에는
지금은 아파트 7천세대가 들어선 봉천동 산102번지에서 사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흔히 달동네라 말하는 거긴
집안에서 허리를 펴고 서 있을 수도 없고
여름엔 골목골목마다 구데기가 기어다니는...
그리고 집마다 자물쇠로 잠구어져 있던 그 동네..
대학 가서 성당에서 여름마다 봉사활동으로 달동네 도배해주러 갔을 때
왜 여기 살던 친구들이 한 번도 집으로 저를 데리고 가지 않았는지,
밤 늦도록 보라매공원이나 낙성대에서 배회했는지 알았습니다.
강남의 아파트가 몇억이다,
분양권 프리미엄이 얼마다 하는 이면엔
괭이부리말에서 사는 아이들도 있고..
같은 처지이면서도 그 아이들은 내몰지 못하는 가슴 따뜻한 청년영호도 있답니다.
새벽녁에 이 책을 다 읽고 이불 속으로 들어오며 남편이 한마디 합니다.
'과연 우리가 대치동으로 이사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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