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아십니까?..시리즈 20 (청담동에서 ....)
85년 봄 아파트 부녀회장이 내게 맡겨졌다.
단지 내 18평 소형평수가 있어 어린이가 특히 많았다.
그들에게 무언가 색다른 놀이터를 제공해 주고 싶었다.
단지 내 큰 녹지가 있어 그곳에 토끼와 병아리 사육장을 만들었다.
부녀회비로 예쁜 토끼장과 닭장을 짓고 울타리를 넓게 쳤다.
성남 모란시장에서 토끼와 병아리, 오리, 수 십 마리를 사다 넣었다.
그날부터 아이들의 진짜 놀이터가 생겼고 날마다
어린이와 젊은 엄마들은 사육장을 떠날 줄 몰랐다. 일본인 히후미상과 그딸도
사육장에서 만난 친구다. 한국 주재원 가족인데 말, 문화도 다른 서울생활에서
이 토끼장을 잊을수 없을거라며, 나와 오랜 친구로 남았다.
모두들 너무 좋아했고, 우리 아파트는 사육장 있는 아파트로 유명해졌다.
아파트지하실을 개조해 탁구장을 만들고, 중학생들에겐
내가 직접 기타를 가르치며 4년8개월 동안 통장 일을 보기도 했다.
지역신문 기자가 여러번 찾아와 극구 사양하는 사진 없는 기사를 실은 뒤
일간지 기자들도 몇 번씩 찾아왔지만, 내 얼굴, 이름은 끝내 사양했다.
그게 무슨 기사감이냐고 도망 다니며 나중에 더 좋은 일을 하면 찾아오라 했다.
몇 년동안 수입은 늘었지만 학비와 생활비에 더 이상 저축은 없었다.
아이는 아비보다 큰 키로 자라, 집이 꽉 찬 듯 답답해졌다.
86아시안 게임 직전 집값이 한차례 올라 6,900만원에 과감히 살던 집을 팔고
단지 내18평(1,800만원) 전세로 입주, 모험을 감행! 현금을 만들었다.
1순위 통장으로 40평대 아파트 추첨에 응했지만 40평대는
당시에도 끔찍한 경쟁률에 번번히 허사였다. 20배수에 걸리고 채권이 생기고...
결국 나는 생각을 바꾸었다.
한적한 전원주택을 지어볼까 하고 운동화 한 켤레가 다-닳도록 찾아 나선 덕에
235평의 땅을 3600만원에 구입했다.. 올림픽 선수촌 근처 보훈병원 길목,.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면,이 복잡한 강남 8학군을 비워주고
전원주택으로 이사할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운이 좋았던지 전세 1년 사는 동안 집값은 폭락했다.
남편의 임원승진이 있었다. 모처럼의 경사였다.
18평전세는 심했다 싶어. 32평 6층 급매물을 4,500만원에 다시 샀다..
일년 만에 235평의 땅이 생긴 셈이다.
그동안 88올림픽을 치르면서 몇 년 사이 서울의 모습은 미친 듯이 변해 갔다.
90년 여름 갑자기 우리 땅 앞으로 6차선 도로가 나면서 60평이 도로로 편입,.
보상비로 4,100만원을 받고도 반듯한 땅 175평이 남았다...
전원주택 보다는 상업빌딩이 들어서야 할 만큼 주변이 좋아졌다.
대단한 행운이었다. (조카들과 힘 든다고 어머님이 도와주셨나?.)
조카들이 사춘기를 맞으며 모두 서울로 데려올까?
의논도 했지만, 그들은 그 집을 떠나기 싫어했다. 엄마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당시엔 과외금지 시대였기에 사교육비 한푼 안들인 아들의 중,고 생활은-
이미 국민학교 3학년이전에 설악산 대청봉 백록담을 종주한 경험이 있어,
방학 땐 산을 자주 오르며, 노자, 장자, 논어, 책에 빠져 사춘기를 보내더니,
꼭! 한의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아들 땜에 우리와 선생님은 깜짝 놀랐다.
한의학! 사실 우리 부부에게 낯선 학문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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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를 아십니까? 시리즈 11 (마당에 열평짜리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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