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인체의 신비전' (국립서울과학관)
경이로운 ‘몸속여행’
△ 17일 국립서울과학관에서 개막한 `인체의 신비전'에 온 한 가족이 기증 시신을 특수 해부학 기법으로 처리해 뼈와 근육을 분리해 놓은 표본을 신기한 듯 들여다보고 있다. 탁기형 기자khtak@hani.co.kr
17~18세기 네덜란드의 라이든, 영국 런던, 독일 잉골슈타트 등지에는 해부학 극장들이 있었다. 이들 극장은 의학도들의 교육장일 뿐더러 일반인들이 해부와 수술 과정을 지켜보는 관람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19세기 들어서 기계의 발달과 함께 의학이 전문기술인들의 특권으로 독점되면서 계몽활동도 끝이 났다.
국립서울과학관에서 17일 개막한 `인체의 신비전―피부 속의 매혹' 전시회는 이런 점에서 21세기 `해부학의 민주주의'로 평가받고 있다.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은 플라스티네이션이라는 새로운 해부학 기법으로 처리된 200여점의 인간 주검 표본을 가까이서 살펴보고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
자궁 속의 생명체, 담배 니코틴과 석탄 분진에 오염된 폐, 핏줄로만 이뤄진 손과 간의 토르소, 투창 등 극적 동작을 취한 근육 등 표본을 통해 일반인들이 보기 어려웠던 인체의 내부를 직접 들여다 볼 수 있다.
전시물을 제작한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플라스티네이션연구소 안젤리나 월리 박사는 “`체스 두는 남자'의 표본의 경우 두뇌에서 척수, 손가락을 움직이는 말초 신경까지 인체의 모든 신경조직을 살펴볼 수 있으며, `정형외과적 전신' 표본은 외과의사들이 신체의 각 부위로 접근하기 위한 `해부학적-외과적 창'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 플라스티네이션=전시 표본의 핵심 기술인 플라스티네이션은 유기체의 조직을 살아 있는 듯한 상태로 해부 표본화해 반영구적으로 보존하는 혁신적인 해부학 기술로, 1977년 독일의 군터 본 하겐스 박사에 의해 개발됐다. 표본을 만들기 위해 먼저 아세톤으로 탈수와 지방제거 작업을 한다. 영하 25도의 아세톤에 유기체를 넣으면 탈수가 일어나고, 상온 아세톤에서는 지방질이 제거된다. 작업은 진공 상태에서 이뤄지며 아세톤이 증발하면서 생기는 빈 공간에 폴리모를 채워 넣은 뒤 종류에 따라 가스·빛·열 등으로 보존처리한다. 1개의 표본을 만드는 데 3~4개월 1500여시간이 걸리며, 3억여원의 비용이 든다. 표본은 독일과 키르키스, 중국의 다롄연구소 등 3곳에서 제작되고 있으며, 이번 한국 전시회 표본들은 주로 다롄연구소에서 만들어졌다. 20여점의 전신과 180여점의 부분 및 동물 표본이 전시되며, 축구·덤블링·투창 등 스포츠 포즈의 새로운 표본이 이번 전시회를 위해 새로 제작됐다.
◇ 미사보다 진지한 전시회=현재까지 14개국에서 850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한 이 전시회를 놓고 세계 언론들은 `플라스티네이션화된 인간이 들려주는 삶의 진실이다' `미사시간보다 더 조용했다' `베를린영화제를 사흘 만에 압도한 전시회'라고 보도했다. 전시회를 유치한 전시전문업체 지에프의 최대규 이사는 “관람객들이 전시물들을 둘러보는 사이 생명의 신비와 삶에 대한 경외를 느껴 전시장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한테 친근감을 갖게 됐다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정영채 중앙대 명예교수는 “일반인들은 깊은 상식을 얻을 기회이고,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학생들에게는 좋은 교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회가 개최된 이래 전세계에서 6500명이 사후 인체 기증을 약속한 것으로 보아 이번 서울전시회도 우리의 인체 기증 문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근영 기자kylee@hani.co.kr
한겨레신문 편집 2002.04.17(수) 18:36
국립과학관 홈페이지
http://www.science.go.kr/ target=_blank>
http://www.science.go.kr/
국립서울과학관 홈페이지
http://www.science.go.kr/seoul/html/ target=_blank>
http://www.science.go.kr/seoul/html/
'인체의 신비' -국립 서울 과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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