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 우리들이 발품을 판 만큼 백화점의 서비스가 개선되고 고객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하면 힘이 절로 납니다."
일산에 사는 주부 000(35)씨는 평범한 가정주부지만 지난해말부터 행복한세상 백화점의
'고객 자문이사'로 활동하면서 말 그대로 사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고객자문이사 제도는 행복한세상 백화점이 소비자들의 의견을 경영에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5월 도입한 것으로 황씨를 포함해 모두 4명의 주부가 자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하는 일은 고객의 눈높이에서 백화점 운영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경쟁 백화점과
비교, 분석해 매월 한차례씩 열리는 확대간부회의와 마케팅회의에 보고하는 것.
한달에 50만원의 활동비만 지급받는 명예직이지만 이사 자격으로 회의에 참가하기 때문에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데다 고객의 시각에서 날카로운 지적도 서슴지 않아
경영진들을 잔뜩 긴장시키곤 한다.
행복한세상측은 실제로 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농산물 품질보증 고지 ▲생식품 시험성적서 비치 ▲백화점 옥상공원의 안전시설 보강
▲셔틀버스 승강장 정수기 설치 ▲여성 전용휴게실 마련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같이 소비자들을 기업경영의 파트너로 끌어들이려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주부들의
활동범위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바야흐로 산업계에 '주부파워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의 확산으로 주부 모니터요원의 활동폭이 넓어지면서 주부들의 입맛에
따라 주력제품이 결정되고 마케팅이 달라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와 함께 단순히 제품을
써보고 평가하는 수준을 넘어서 모니터팀을 사내부서의 하나처럼 운영하거나 주부들을
신제품 개발에 직접 참여시키는 기업들도 잇따르고 있다.
제일제당은 최근 30∼40대 주부들을 대상으로 '햄스빌 3040 주부 상품기획단'을 모집해
눈길을 끌었다. 신제품평가 위주의 기존 주부모니터와는 달리 영역별 전문가를 위촉해
소비자들에게 아예 상품기획과 개발 자체를 맡기겠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도 각 점포 식품매장에 매일 상주하는 '주부 감식관제'를 도입, 식품의 선도와 품질
등을 점검하게 하고 그 결과를 점장이나 사장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유통이나 식음료, 생활용품 업체 등에 집중됐던 주부모니터 제도도 전자와
증권, 건설 등 전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자업체들도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주부모니터를
모집해 제품을 평가받고 있으며, 증권업체들은 온라인 트레이딩 시스템 테스트 등에 주부 모니터를
활용하고 있다. 주택업체들도 주부만으로 고객서비스지원단이나 도우미, 평가단을 구성하는 등
'주부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자 중심의 기업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소비자를 경영활동에 직접
참여시키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주력인 주부들이 가정에서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파워집단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세게일보 2001-10-05 민병오기자
eagleeye@sgt.co.kr ]
산업계도 주부파워시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