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대고객 서비스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서비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인공위성 추적 시스템까지 동원하는가 하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오른 고객 불만을 ‘24시간 이내’에 처리하지 못하면 책임자를 문책하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기업들이 서비스의 ‘스피드’에 주목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신속히 처리해주지 않으면 불량 상품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확산되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에 사는 주부 유혜진(31)씨는 최근 구입한 제일제당의 어린이 샴푸가 유효기간이 지난 것을 확인하고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회사측은 불과 3시간 만에 직원을 보내 샴푸를 회수하고 사과?뜻으로 어린이용 치약을 증정했다.
이어 회사측은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 코너에 즉각 자세한 해명과 조치 결과를 띄웠다.
제일제당측은 “소비자들 사이에 불신이 확산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4월부터 인공위성을 이용한 긴급출동 서비스를 도입했다.
차량에 문제가 발생한 운전자가 긴급출동 서비스를 요청하면 차량 위치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이동정비차량을 인공위성으로 연결해주는 시스템이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전국 1000여개 정비업소와 계약을 맺어 차량수리 서비스를 대폭 강화했다.
그동안 차량수리 서비스는 23개 대도시에 있는 현대차 직영 정비공장에서만 가능했었다.
현대차 유종진 이사는 “인공위성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까지 서비스 출동 시간이 보통 30분 이상
걸렸지만 요즘은 특별히 길이 막히지 않으면 10분 이내에 출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도 경쟁적으로 고객서비스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된 고객불만을 ‘24시간내 처리’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침을 내렸다.
이를 지키지 못하는 직원은 관리책임자에게 사유서를 제출토록 조치했다.
백화점측은 직원들의 고객불만처리 속도를 연말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상품 영수증에 판매직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기재하는 ‘판매 실명제’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 6월부터 판매코너별로 책임자의 얼굴이 새겨진 도장을 영수증에 찍어주고
있다. 구입한 상품에 불만이 있거나 문의사항이 있을 때 고객과 판매사원을 즉각 연결시켜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이미 외국에서는 인터넷의 ‘정보 확산 파워’를 무시했다가 큰코를 다친 기업들이 적지않다.
세계 2위 자동차업체인 미국 포드가 그런 경우다.
포드는 지난해 초 불량 타이어로 피해를 본 한 소비자가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항의를 묵살했다.
그러나 네티즌 사이에 이 사실이 퍼지면서 회사측의 처사를 비난하는 소비자가 한달여 사이에
700만명으로 불어나면서 포드측은 타이어 650만개를 리콜(제작교환에 따른 무상교환·수리)
해줘야 했다. 이로 인해 포드가 입은 손실은 약 30억달러. 게다가 늑장 대처로 회사의 이미지가
실추되면서 주가하락 등으로 약 100억달러의 추가 손실을 보았다.
국내에서도 올 들어 인터넷을 통한 고객불만 접수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올 들어 6월 말까지 인터넷을 통한 고객상담 건수는 3만1251건에 이른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1만8051건)보다 72.8%나 늘어난 수치이다.
소비자보호원 안현숙 소비자상담팀장은 “정보의 이동 속도가 빠른 디지털시대에는
고객의 불만 처리가 늦어지면 즉각적으로 영업손실로 연결된다”면서 “기업들이 신속한 고객
서비스를 통해 적극적으로 위기관리에 나서는 것이 회사의 신용을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 인터넷 조선일보 2001/ 8/ 21
( 박순욱기자
swpark@chosun.com ) ( 김종호기자
tellme@chosun.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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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불만처리 스피드로 승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