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들이 아파트를 바꾸고 있다.
아파트 건설사들이 주부들의 제안을 실제 아파트 설계에 대폭 적용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은 지난 5월 초 4차 서울 동시분양에 공급했던 ‘서초동 e-편한세상’에서
예전과 다른 몇 가지 ‘특별한’ 설계를 했다.
눈의 피로를 줄이고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자녀 공부방에 2중 조명을 채택했고,
아래층에 들리는 화장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배수관 재질을 PVC에서 주철관으로 바꾸었다.
이런 변화는 모두 이 회사 ‘주부 모니터’들이 조언에 따른 것이다.
대림산업 박종국 상무는 “아파트 판매의 승부는 주부들 입맛과 눈높이에 얼마나 맞추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주부 의견 수렴에 적극적이다.
이 회사는 주부 10명으로 구성된 ‘21세기 주택위원회’의 정기회의를 매달 연다.
이기정(33) 위원은 “회의를 열면 이상대 사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사내 방송을 통해 지켜본 후
아파트 설계에 즉각 반영한다”고 말했다.
김신자(40) 위원은 지난해 이 회사의 ‘주부설계공모전’에서 1위로 입상한 후 주택위원으로
영입된 경우.
올해 초 분양된 상도동 래미안3차 32평형 모델하우스에는 이 위원회의 제안이 대폭 반영됐다.
우선 앞발코니에 세탁기와 건조대를 함께 놓는 ‘원스톱 세탁공간’이 들어섰다.
주택위원회의 주부 위원이 “뒷발코니에서 세탁하고, 앞발코니에 널어 말린 후
작은 방에서 다림질하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고 제안하자, 회사측이 이를 즉시 받아들였다.
대신 뒷발코니에는 배추·무우·양파를 보관하는 야채 창고와 보조 주방을 배치했다.
또 주부 위원은 현관의 신발장은 일반 아파트보다 훨씬 크게 설계하도록 제안했다.
덕분에 이 아파트신발장에는 접이식 자전거·스키·골프용품까지 넣어둘 수 있다.
( 조선일보 2002.05.12 張源埈기자
wjjang@chosun.com )
부동산 현장에서, 아파트 설계에 ‘주부 입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