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뿌듯하네요. 결혼 후 가정에서만 있어 허전했는데 제가 낸 아이디어로 실제 제품이
만들어졌으니 보람을 느낍니다”(박소현 주부, 서울 문정동).
최근 열린 한국쓰리엠의 신제품 ‘후레쉬 매직 랩’ 품평회에 참석한 주부 박소현씨는 자신이 낸
제품 개선 아이디어가 상품화됐다는 사실에 흡족한 표정이었다.
한국쓰리엠의 주부 패널로 참석한 뒤 2년여간 회사측과 제품 개발을 놓고 고락을 함께해온
까닭에 기쁨은 더욱 컸다.
후레쉬 매직 랩은 ‘프로슈머(Prosumer) 마케팅’이 일궈낸 국내 첫 작품이다.
프로슈머는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저서인 ‘제3의 물결’에서 최초로 언급한 표현으로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를 합성한 말이다.
과거 기업들이 신제품을 개발할 때 소비자들의 욕구를 파악한 후 신제품을 개발하던 방법에서
발전, 소비자가 직접 상품개발을 요구하며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기업들은 이들 받아들여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한국쓰리엠이 주부 아이디어를 모집한 것은 1999년 5월.
수백명의 주부들이 아이디어를 냈고 회사측은 이중 50명을 패널로 선정, ‘소비자와 함께하는
상품 만들기’에 들어갔다. 매직 랩의 출발은 기존 랩의 불편함과 위험성, 비경제성 등에서 비롯됐다.
제품 개선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랩 칼날이 위험하고 덜컹거리는 약점이 있으니
이를 고정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박동명 주부, 경기 군포). “랩이 자주 엉키는 만큼 엠보싱
처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양은영 주부, 서울 자양동)
회사측은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수십차례에 걸쳐 개선에 개선을 거듭했다.
결국 패널 모집 2년5개월만에 기존 랩의 단점을 없애고 안정성(슬라이드 칼날),
편의성(엉킴 없앰), 경제성(리필)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 제품은 지난 9월 출시 한달만에 벌써 3만개 이상을 판매할 정도로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쓰리엠 가정용품사업부 이경화 부장은 “막연히 느끼던 랩의 불편함을 주부들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며 “랩 제품 외에 현재 10여개 품목이 주부들의 조언을 받으며
연구개발중”이라고 말했다.
주부들도 제품 개발 과정에 참여하면서 삶의 의욕이 커졌다. 한국쓰리엠의 소비자 패널 장을
맡고 있는 주부 소정화씨(대구)는 “회사가 개발하는 각종 신제품에 대해 연구하고 아이디어를
내놓으면서 요즘은 주부가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를 느낀다”며 “생활에 대한 태도도 과거에 비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한국쓰리엠은 매직 랩 성공을 계기로 지난달 ‘제2회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했다.
이번에는 상품 아이디어 외에 환경산림법 정보도 접수받았다. 환경보존을 위한 제품 개발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소비자사업본부 장재연 이사는 “더 이상 생산자가 일방적으로 제품을 내놓는 시대는 지났다”며
“소비자가 직접 주도하는 신제품 개발은 차후에 발생할 수 있는 고객 불만사항 및 사고 등을
미연해 방지할 수 있어 기업에도 결국 이득이 된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 2001/ 10/ 22 문주영기자
aramis@kyunghyang.com ]
소비자가 제품을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