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께선 홈쇼핑을 자주 이용하십니까?
저는 최근 서울 용산에 위치한 현대홈쇼핑에서 ‘1일 텔레마케터(전화상담원)’로 일했습니다.
한 평 남짓한 부스에 앉아 머리에는 전화기용 헤드세트를 끼고, 모니터를 보면서
손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텔레마케터의 하루를 체험했습니다.
저는 홈쇼핑의 ‘꽃’은 쇼호스트나 모델이 아닌 텔레마케터라고 생각합니다.
홈쇼핑에서 유일하게 고객과 ‘직접’ 만나는 사람이 바로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텔레마케터는 하루 8시간 일하면서 120통 정도의 상담·주문 전화를 받습니다.
단순히 물건을 주문하는 소비자보다는 제품의 성능, 가격, 사용법에 대해 꼬치꼬치 묻는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이것저것 실컷 물어본 다음에 “ARS(자동응답시스템)로 주문하면
1000원이 더 싸다면서요”하면서, 갑자기 전화를 끊는 사람을 만나면 조금 황당하더군요.
텔레마케터 앞에 놓인 모니터에는 어떤 소비자들이 전화를 했는지 바로 알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전화가 걸려오면 발신자 전화번호를 통해 고객 데이터베이스와 연결이 됩니다.
전화가 오면 전화번호와 함께 ‘주문시 주의’ ‘주문을 받지 말 것’ ‘반품을 자주 함’ 같은
고객 정보가 나타납니다.
간혹 여성용 속옷 판매 방송이 나갈 때 장난으로 음란 전화가 걸려오더라도
“○○○ 고객님이시죠?”하고 되물으면, 놀라서 끊는다고 합니다.
저는 모니터에 이런 메시지가 뜬 것도 봤습니다. ‘시각장애인 고객. 주문시 상세히 문의.
친절 응대바랍니다’. 다른 상담원이 과거에 전화를 받고, 시각장애인이니 더 친절하게
설명해 달라는 정보를 입력해둔 것이죠. 홈쇼핑을 이용하는 분들 중에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바깥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분들도 많다고 합니다.
홈쇼핑 업계에선 요즘 “사람이 최고의 경쟁력”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바로 텔레마케터의
말 한마디가 매출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셈이지요.
[출처:2003/02/02 www.chosun.co.kr (申東昕기자
dhshin@chosun.com )]
[紙上 이메일 클럽]홈쇼핑의 꽃은 누구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