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애를 키워보니…”경험담으로 고객 설득
주부 11명 남양유업 고객상담팀
“아기가 딸꾹질을 멈추지 않아요. 어떻게 하죠?”
남양유업 고객상담팀 직원들은 자칭 ‘주부 문제 해결사’다. 이들이 분유 깡통 뒤에 적힌 전화번호로 받는 문의전화는 하루 500여통. 하지만 분유 관련 질문보다는 주부들의 육아 상담이나 하소연이 태반이다. 그래도 언제나 넉살 좋게 답변해준다.
고객상담팀은 홍진표(44) 팀장을 필두로 29~36세의 주부 11명이 이끌어가는 ‘아마조네스 군단’이다. 이들은 전직 중학교 국민윤리 교사였던 홍 팀장을 비롯해 간호사 출신 4명, 영양사 출신 2명 등 경력도 다양하다. 대부분 육아 문제로 회사를 그만 뒀다가 남양유업 경력사원 공채를 통해 재입사한 사람들이다. 홍 팀장은 “팀원들이 모두 아기를 키워봤기 때문에 경험에서 우러나온 상담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보실 소속인 이들에게는 고객과의 상담 내용을 제품 개발·마케팅에 반영시키는 것도 주요 임무. 우유에 빨대를 꽂아 먹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부들 요구에 ‘아인슈타인 베이비’가 나왔고, 머리 좋아지는 우유, 키 크는 우유를 만들어달라는 ‘황당한’ 부탁에 ‘파워 브레인’과 ‘빅 키즈’가 탄생했다. 최근 나온 ‘명품 유기농’ 분유도 “어른들만 유기농 식품을 먹는 게 미안하다”는 한 주부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다.
여자들만 있다 보니 고객상담팀은 분위기도 남다르다. 회식은 영화·연극 감상이나 찜질방에서 이뤄지고, 팀원끼리 옷을 물려 입으며 자매애를 나눈다. 이미연 상담원은 “출근 시각보다 20분 이른 오전 8시10분쯤 전원 출근하고, 점심시간에도 빨리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 앉는다”고 말했다. 재작년 사내 전산능력평가에서는 밤 10시까지 남아 공부한 덕분에 전원 1급으로 합격하기도 했다.
고객 응대 업무는 정시 출·퇴근을 할 수 있는 게 장점이지만, 근무 중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조혜정 상담원은 “입에 침이 말라 하루 1ℓ씩 물을 마신다”며 “아무리 설명해도 안 믿거나 계속 되묻는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날 때도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조 상담원은 “상담해 준 고객들이 아기 백일이나 돌 때 케이크를 보내고 감사 전화를 해올 때는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덧붙였다.
[출처:2003/01/07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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