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보다 무서운 '깐고모'
"요즘 속옷 광고 때 야한 장면이 자주 보여요.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줄이도록 하세요.”
CJ홈쇼핑 깐고모(깐깐한 고객들의 모임) 회원들의 정기모임이 열린 지난 3일 서울 방배동에 자리한 CJ홈쇼핑 2층 회의실. 30~50대 회원들이 관계 직원들에 대한 질타가 계속 이어진다."진행자의 멘트를 잘 알아들을 수 없어요.”"자막 때문에 가격표시가 잘 안보입니다.”
홈쇼핑 관계자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회원들의 지적을 메모한다. '깐고모'는 주부 모니터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매달 한차례씩 정기모임을 갖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깐깐하고 거친' 요구를 서슴지 않는다. 관계 직원들이 종종 곤혹스런 입장에 처하기 마련. 한 직원은 "사장님보다 '깐고모'가 더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회원들이 제기한 의견은 곧 다음 방송 때 반영된다.
기업체들이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품질개선 및 제품개발, 애프터 서비스에 반영하는 '고객 경영활동 참여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불경기일수록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서비스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것.
이런 흐름은 경쟁이 비교적 치열한 외식업체에서 두드러진다. 외식업체 스카이락은 올 들어 고객들이 제안한 메뉴 콘테스트를 통해 최근 6종의 고객메뉴를 선보였다. 지난달 열린 메뉴 콘테스트에서는 무려 3만건 이상의 메뉴가 제안돼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소동을 빚을 정도로 폭박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 때 선정된 굴소스참스테이크 등 신메뉴는 오는 11월 스카이락의 새로운 메뉴로 등장한다. 패밀리레스토랑 빕스도 고객들로부터 제안받은 메뉴를 심사해 신메뉴를 출시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매장 부지를 선정할 때도 고객들의 의견을 듣는다. 고객이 제안한 부지를 소개받아 계약이 성사되면 일정 금액의 사례금까지 제공하고 있다.
[일간스포츠 2003년 09월 08일 (월) 10:09 배병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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