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5208455.gif
주부 모니터 '저요 저요'
전업주부인 김승현(37.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는 지난달 80만원가량의 수입을 올렸다. 현금만 65만원. 그밖에 김치 3㎏, 각종 명품 화장품 시제품, 독일 유명회사의 필기구 등이 김씨가 벌어들인 수익품 목록. 김씨가 살림 살고 애 키우면서 이 같은 고소득(?)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5개 업체의 주부 모니터 활동 덕분이다.
그는 일주일에 한번씩 모 쇼핑 상가와 놀이공원을 각각 방문해 모니터 요원임을 숨긴 채 서비스 수준, 매장 진열 상태 등을 살핀 뒤 보고서를 내고 개선책을 제시하고 있다. 김치와 문구.화장품의 경우 배달된 제품을 먹어보고 써본 뒤 e-메일을 통해 의견서를 제출한다.
'소비자의 대변인' '주부 암행어사' 등으로 불리는 모니터 활동이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 짱'이다. 주부의 경험과 안목을 한껏 살려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으며 살림과 병행해 파트타임으로 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주부고시' 모니터 채용시험= 지난해 6월 패밀리 레스토랑인 '빕스'의 모니터 모집에는 모두 1만2700여명이 몰려들었다. 845대 1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한 모니터는 모두 15명. 올 봄 삼성래미안이 모집한 주부 모니터 요원의 선발 경쟁률은 250대 1이었다.
10년 전부터 꾸준히 모니터 활동을 해 온 주부 김혜숙(45.서울 방배동)씨는 "모니터 채용 시험이 '주부고시'로 불리고 있다"며 "보수가 높은 곳은 입소문이 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고 말했다.
1998년 개설돼 주부모니터에 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주부 모니터'(www.jubumonitor.com 또는 www.jubulife.pe.kr) 사이트는 매일 4000~5000건이 접속돼 접속 500만건을 코앞에 두고 있다.
◆엄마 위상도 업그레이드= 주부 모니터가 각광받는 이유는 살림하며 부업으로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 1주일에 한두번 업체 사무실로 가서 회의를 하거나 매장 점검, 시장조사 등을 한다.
하기에 따라 쏠쏠한 수입도 매력 포인트다. 보수가 높은 방송이나 유통업체 등을 2~3개 맡으면 월 100만원 안팎의 수입을 올리는 주부도 있다. 하지만 활동 기간이 길어야 6개월이며 수입이 들쭉날쭉한 것이 단점. 고작 5만~10만원 정도의 보수를 주는 경우도 많아 초보자의 경우 가계에 별 도움이 못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자신의 안목이 상품에 반영된다는 점은 주부들에게 현금 이상의 보람을 주고 있다. CJ홈쇼핑 주부모니터 유연경(34.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는 "아이디어가 채택될 때마다 보람을 느끼며 활동 과정에서 실생활에 도움되는 정보도 많이 얻고 있다"고 자랑했다.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도 모니터 활동이 주는 부수입. 패스트 푸드점 모니터를 했던 하정숙(38.서울 노원구 상계동)씨는 "아들에게 '엄마가 한턱 낼게'라며 생색도 낼 수 있어 엄마의 위상을 업그레이드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즐거워했다. 현금 대신 식품.외식상품권이나 놀이공원 가족회원권을 주는 관련 업종에 주부들이 몰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주부모니터에서 전문가로= CJ 홈쇼핑 마케팅팀의 박태우씨는 "제품을 방송에 내보내기 전에 반드시 주부들의 평가를 듣고 있다"며 "주부들의 경험에서 우러난 전문성이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모니터를 하다 전문가로 변신한 예도 있다. 92년부터 방송모니터를 해온 맹숙영씨는 2000년 '맹여사는 어떻게 방송 모니터가 되었을까?' 등 2권의 책을 출간하고 요즘 방송칼럼니스트로 활약 중이다. 모니터 활동을 하다 '주부 모니터' 사이트를 개설한 장재명씨는 모니터 강좌의 유명 강사로 대접받고 있다. 장씨는 "수입에 연연하기보다 소비자 의식을 갖고 일하면 더 재미있고 보람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
주부 모니터 되려면 …
주부 모니터는 기업이 소비자로부터 제품을 평가받고 아이디어를 얻는 차원을 지나 고객 관리와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하고 있어 그 영역이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방송.백화점.식품.생활용품.화장품.의류.유통 업체 등을 비롯, 요즘에는 웹사이트.홈쇼핑.레저.외식업체.문화단체 등도 모니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방송이나 백화점 등 유통업체는 보수가 높은 편이다. 월 30만~50만원 수준이나 방송의 경우 매일 2~3시간씩 정해진 시간에 TV 등을 시청해야 하므로 투자하는 시간이 많다. 유통업체의 모니터는 신분을 숨기고 매장을 일일이 돌며 발품을 팔아야 하며 시장조사 등을 할 때도 있어 쉽지만은 않다.
모니터로 선발되려면 지원서를 잘 작성해야 한다. 보통 이력서와 자기소개소, 업체 및 제품 소견서를 준비한다. 업체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각종 이벤트와 아이디어 공모 등에 참여하고 경험자에게서 사전 정보를 들어두면 도움이 된다. 자기 소개서를 쓸 때는 업체에 대한 애정과 연관성.지원동기를 충분히 밝혀 소속감이나 책임감을 보여주고 업체와 관련있는 동호회 모임이나 사회참여.봉사활동 등을 언급하면 좋다.
업체와 제품에 대한 소견서를 쓰는 일은 가장 어렵다. 기본 양식 외에 동종 업계에서 제공하는 지원서 양식이나 설문지.홈페이지 등을 살펴보고 동향과 포인트를 파악해 중점적으로 쓰는 것이 좋다. 많은 분량이나 막연한 소감, 제품의 단점만을 꼬집기보다 사용하면서 느낀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꼼꼼하게 적는다. 경쟁 제품과 비교도 하고 개선책도 함께 내놓는다. 주위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거나 시장 조사를 하고 관련 사진도 찍어 월별 사용소감을 첨부하는 등 독특한 아이디어와 성의를 보이면 선발자의 눈길을 끌 수 있다.
장재명('주부 모니터' 사이트 운영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