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네위험시설,‘182(일빨리) 아줌마 기동대’떴다
동네 구석구석 돌며 안전점검 3년째 24명 활동…‘움직이는 민원창구’로 [조선일보 남주리 기자] “엄마들이 보면 더 잘 보여요” 노원구청 ‘182(일빨리) 아줌마기동대’ 지난 22일 출근시간이 막 지난 오전 10시. 서울 노원구 중계동 아파트촌 한 귀퉁이에 운동화 차림의 주부 5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노원구에 사는 주부들로 구성된 ‘182(일명 일빨리) 주부모니터들’. 백숙자(45·하계동), 김화자(39·공릉3동), 오향희(38·중계 1동), 이경희(45·중계 3동), 장세한(39·중계3동)씨. 첫 출동지역은 중계1동 양지공원. 어린이 놀이 시설의 안전 점검이 이날 임무다. 말 없이 주위를 둘러보던 백숙자씨의 눈빛이 갑자기 번뜩였다. 벤치 하나가 휘어져 있었던 것. 백씨는 손에 들고 있던 노트에 “107동 벤치 파손”이라고 적었다. 잠잘 시간도 없다는 고3 엄마지만 백씨는 “내 힘으로 우리 동네가 더 살기 좋아지는 것 같아 기쁘다”며 웃었다. 백씨의 파트너 김화자씨는 카메라 담당. ‘현장’을 잡겠다며 장롱에 넣어 두었던 구식 수동 카메라를 들고 나왔다. 딸 송주의 손을 꼭 잡고 나온 오향희씨는 인라인스케이트장을 유심히 살폈다. 오씨는 “스케이장 한쪽 구석이 시멘트로 땜질돼 있어 아이들이 넘어지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장세한씨는 철봉을 지적했다. 장씨는 “군데군데 녹이 슬어 있어 손이 더렵혀질 뿐 아니라 아이들 건강에도 해롭다”며 “예산이 들더라도 스테인리스 제품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노원구청 ‘182 주부모니터’는 2001년 결성됐다. 여자화장실에서부터 시장바닥까지 민원사각지대 어디든 달려가 ‘아줌마기동대’로 불린다. 매일 아침 집 앞으로 출근해 하루 8시간씩 동네 구석구석을 ‘수색’하는 게 일과. 지난 4월 초 24명이 선발돼 현재 활동하고 있다. 3년 동안 이들의 레이다에 걸린 건수만도 3797건. 이 중 대부분은 3일 안에 해결됐다. 지난해 중계본동에 전봇대 고압전선이 잘린 채 돌출돼 있는 것을 발견, 한전(韓電)에 바로 응급호출을 했다. 자칫 인명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지난달에는 수락산, 불암산의 15개 등산로를 오르며 쓰레기통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챙겼다. ‘182 아줌마’들은 움직이는 민원창구역할도 한다. 요즘은 애완견 배설물 관련 민원이 가장 많다.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는 얌체족들 때문. ‘인조잔디’를 깔아달라는 황당한 요구도 있다. 이들의 활동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인근 자치구에서도 ‘벤치마킹’을 하겠다고 나섰다. 주부들에게도 인기가 높아 모집공고를 하면 보통 2~3배의 신청자가 몰린다. “민원을 신속히 해결해줘서 감사하다”는 주민들의 전화도 많다. 노원구 ‘182 민원센터’ 관계자는 “주부들의 최대 무기인 특유의 꼼꼼함으로 민원행정의 틈을 메워주고 있다”며 “앞으로 주부들의 참여를 더욱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원구 182민원센터전화 080-9503-182. [조선일보 2004-04-23 17:44] (남주리기자 juliette@chosun.com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