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이색 파트너들::) 영화계엔 관객들은 잘 모르는 숨은 직업들이 있다.
제작진이 일용할 양식을 책임지는 밥차, 시나리오를 시각화하는 스토리보드 작가, 영화 제작 전반의 위험관리를 맡는 보험사, 관 객수를 확인하는 입회인, 극장 매점의 메뉴 개발자까지 모두 한 편의 영화가 태어나기까지 뒤에서 힘을 보태는 충무로의 이색 파 트너들이다.
◈영화를 미리 그린다〓스토리보드는 촬영에 앞서 영화의 모든 장면을 미리 스케치하는 작업, 시나리오를 이미지화한 그림대본 인 셈이다. 영화를 머릿속에 담고 있는 감독이 직접 그리던 관행 이 최근 전문작가의 등장으로 바뀌는 추세다.
‘은행나무 침대’‘쉬리’의 스토리보드를 직접 그렸던 강제규 감독은 ‘태극기 휘날리며’의 스토리보드를 재미동포 애니메이 터 송신영씨에게 맡겼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의 모 지은 감독은 ‘친구’‘결혼은 미친 짓이다’등 영화의 스토리보 드 작가 출신.
◈영화 위험관리〓한국 영화의 소재와 규모가 다양해지면서 필수 조건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보험이다.
사람 대상의 상해보험과 촬영기자재 파손에 대비한 동산보험 외 에도 동양화 등 극중 소품 대상의 동산종합보험(‘스캔들’), 박 물관 종합보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등 갖가지 보험 이 등장했다.
해녀로 열연한 ‘인어공주’의 전도연은 4억원대 보험 가입으로 화제를 모았고, 부상이 속출한 ‘태극기 휘날리며’팀에는 촬영 종료후 총 1억5000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대부분의 한국영화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려온 현대해상보험 기업보험4부 안용진 팀 장에 따르면 현재 평균 1000만원선인 편당 보험료는 머잖아 순?╂舫炷?10%까지 뛰어오를 전망. 안 팀장은 다음달 14일 문을 여 는 영화전문 보험 대리점 ‘올 포 무비’를 맡아 흥행·완성보험 등 종합 영화보험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관객 입맛 점치기〓영화 후반작업에서 활약하는
모니터요원도 영화의 색깔내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편집단계에서 2가지의 엔딩본이 있었던 ‘홍반장’의 경우 성별·연령별로 다양한 그룹 을 편성, 2차례 모니터 시사를 갖고 최종본 결정에 반영했다.
영화 마니아보다는 평균적인 감각의 일반인을 선호하는 편. 사전 정보나 편견을 막기 위해 영화 모니터임을 밝히지 않은채 인터 넷에 모집 공고를 낸다. 일당 3만원.
◈스코어, 내 손 안에 있다〓관객 반응에 맘졸이는 감독들이 첫 회 상영후 가장 먼저 전화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입회인(Chec ker). 극장 매표소에서 일일이 확인한 매표현황을 배급사에 실시 간으로 알려주는 사람들이다.
척 보면 ‘터질 영화인지, 몇만짜리인지’ 본능적으로 직감하는 흥행감별사이기도 하다. 서울은 물론 극장 전산망이 완비되지 않 은 지방 극장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존재.
◈극장내 이색 영화인〓극장의 주수입원인 매점 관리자의 역할은 지대하다. 멀티플렉스 CGV의 경우 메뉴 개발과 용기 디자인 등 을 총괄하는 컨세션 매니저를 두고 있다. 팝콘·오징어 등 고전 적인 품목외에 나초·곡물 에너지바·딤섬 등 새 상품 개발과 웰 빙·모닝·심야·레이디 세트 등 관람시간대나 관객 성향별 메뉴 구성 등이 이들의 업무.
한편의 상영작을 결정하는 극장 프로그래머는 해당지역 관느? 입맛에 맞는 영화를 고르는데 머리를 싸맨다. 한 영화를 연달아 3번쯤 보는 건 보통이고, 영화 시사회 직후엔 엘리베이터를 지키 고 서서 관객들의 대화를 귀동냥하는 직업병이 있다.
[2004년 03월 30일 (화) 11:37 ] 이수진기자
lulu@munhwa.co.kr
대박영화 뒤엔 늘 `그들`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