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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신선한 대학생들의 감성을 사라”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은 소비의 주체인 젊은층, 특히 대학생들로부터 시장정보와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데 적극적이다. 취업을 전제로 한 인턴십 제도와 달리 아이디어 그룹은 학년에 관계없이 참가할 수 있고, 기업은 상대적으로 대학생 특유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참여하는 학생이나 기업에 모두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기업 중 하나인 삼성전자가 10년 만에 재개한 대학생 아이디어 그룹도 그 중 하나다. 삼성전자 본사 건물 지하 회의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20여 명의 대학생이 모여 ‘애니콜(Anycall)’ 광고 콘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과연 이 광고가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을 보완해야 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이미 한 달 전에 제품에 대한 광고와 마케팅 아이디어를 준비하라는 과제를 받고 프레젠테이션(PT)까지 마친 상태였다. 39대 1이라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학생들이 제시하는 날카로운 비판과 대안에 회사 관계자들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미 직장생활을 경험한 대학생 아이디어 그룹 윤종인 씨는 “기업 입장에서 설문조사를 했는데 기업과 대학생은 상당한 인식 차이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됐다”면서 “이번 경험이 향후 직장생활을 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소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고 참신한 마케팅 기법을 개발하기 위해 대학생 아이디어 그룹을 모집해 20여 명을 선발했다. 삼성전자는 참신한 광고, 판촉, 마케팅 아이디어 제공과 함께 소비자 입장에서의 센싱(sensing), 자사 및 경쟁사 제품의 시장분석 등에 이들을 직접 참여시키고 있다. 수집된 정보는 바로 마케팅에 적용 삼성 아이디어 그룹은 월 2회 정기 온·오프라인 활동을 병행해 정보를 수집하며, 채택된 아이디어는 실무진의 검증과정을 거쳐 바로 마케팅 현장에 적용된다. 삼성전자는 이들에게 매달 활동비를 지급하고 있으며, 졸업 후 삼성전자 지원시 서류전형 면제 등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삼성 아이디어 그룹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생 김미영 씨는 “이번 프로그램은 기존의 단순 모니터링이 아니라 실제 마케팅 활동에 대해 학생과 회사측이 함께 고민한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같은 팀 김승현 씨는 “학교에서와 달리 학교와 전공이 다른 다양한 멤버들이 참여해 여러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데다 팀 단위로 운영돼 조직생활의 경험까지 함께 할 수 있어 좋다”고 평가했다. 체험 마케팅은 이용자들이 직접 상품이나 서비스를 체험해 보도록 한 뒤 이에 대한 장단점을 파악하고 이 정보를 활용하는 마케팅 기법. 휴대폰처럼 젊은 대학생층의 수요가 중요한 업체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다. SK텔레콤은 M파이낸스 매니어클럽, 네이트 게임 평가단, 준 팬클럽 등 3개 모바일 대학생 체험단을 운영중이다. SKT 대학생 체험단은 모바일금융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 수집과 시장조사, 시범 서비스 체험과 정기모임을 통해 SKT M파이낸스본부 실무직원들과 함께 설문조사, 신규사업 아이템 발굴, 기존 서비스 모니터링 등을 담당한다. SKT M파이낸스의 마케팅팀 김창준 씨는 “체험단 활동을 통해 일반 이용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제안을 모아 모바일 제품의 품질과 재미, 그리고 실용성 등을 동시에 높일 수 있었다”며 만족을 표시했다. KTF 역시 체험 마케팅 커뮤니티인 모바일 퓨처 리스트를 발족시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KTF 광고나 서비스를 평가하고,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신규 출시 서비스를 미리 체험한 후 소감 작성, 소비자 조사, 마케팅 프로젝트 참가 등의 활동을 해오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대학생을 상대로 품질 모니터링 요원을 선발, 운영중이다. 초고속인터넷 하나포스 기존 고객 중에서 선발되는 이들은 고객불만, 제안사항 등을 제시하고 하나로통신은 이러한 모니터링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품질개선 및 대고객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포털사이트의 커뮤니티 ‘모니터 속의 작은 일상’을 운영하면서 기업체들의 모니터링 정보를 교류하고 있는 대학생 운영자 육선일 씨는 “학생들이 기업 체험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이유는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살아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고 동시에 경력에도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은 이러한 자체 프로그램에 선발된 학생에게 입사 지원시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게다가 서류전형 면제 등의 방식을 도입하고 있어 예비 입사나 다름없는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이런 활동이 구직시 도움이 될 것 같아 이력서에 경력 한 줄 넣는다는 심정으로 지원했다. 그런데 기업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면서 접하게 된 일들로 인해 이제는 체계적인 시야가 잡혔다.” 대학생 김지연 씨는 하이트에서 대학생 마케터 활동을 해오면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게 된 경우다. 김씨는 “실무적인 마케팅 홍보 및 브랜드 관리에 대한 교육도 좋았지만 참여하는 학생 모두가 마케팅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고, 체계적으로 공부해 온 학생들이 모인 집단이어서 서로의 장점을 습득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면이 뛰어났다”고 밝혔다. 이벤트성 홍보수단 전락도 제기 그러나 대학생들의 기업참여 프로그램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명 이벤트 프로모션 업체에서 대학생그룹으로 1년 간 활동했던 김광선 씨는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대학생들의 참신한 생각이 어떻고 하면서 아이디어 회의에 참가시키지만 솔직히 실전에는 활용하지 않는다. 그저 주요 소비층인 젊은이들에게 좋은 기업 이미지를 심어주자는 식으로, 대학생 활동 자체를 이벤트성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고 아이디어를 잘라내기 일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사실 이런 일에 지원해 열의를 갖고 활동하는 학생들이라면 금전적 혜택보다는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없는 결과물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실제 기업에서 행해지는 직원을 상대로 하는 강의나 행사들을 많이 개방하고 대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했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남기는 학생도 있다. 한편 광고대행사 제일기획 AE 한경수 씨는 “제일기획에서도 대학생을 상대로 한 아이디어 그룹을 운영하고 있지만 요즘 학생들은 광고에 대한 지식이 전문가 수준이라 순수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까지 LG텔레콤 대학생 체험단에서 활발한 아이디어 그룹 활동을 해온 대학생 이동주 씨는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잘 뒤져보면 대학생 모니터요원 모집에 대한 정보가 수시로 올라오고, 학교에도 모집공고가 붙기도 해 정보를 얻기는 수월한 편”이라면서 “한번 이런 활동에 발을 담그면 자연스레 이 일을 하는 학생끼리 정보를 공유하면서 각 업체에 대한 모집 정보도 교류하게 된다”고 정보습득 경위를 밝혔다. 실제로 기업에서도 업무 경험이 있는 학생들을 선호하기에 이 같은 학생들의 정보공유를 반기는 눈치다. 네오위즈 세이클럽에서 대학생 클럽기자단 활동을 했던 박창환 씨는 “많은 업체에서 다양한 아이템으로 대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면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분야와 향후 자신이 어느 분야에 진출할지에 대한 고민이 수반돼야 이런 활동도 개인에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 I-Weekly 186 호] 2004년 01월 13일 (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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