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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모니터, 소비시장을 움직인다
같은 물건이 수없이 쏟아지는 요즘, 작은 차이가 소비자 선택을 결정하는 세상이다. 식품업부터 건설업에 이르기까지 그 미세한 차이를 만드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이다. 식탁에 오르는 반찬 한가지부터 아파트를 고르는 데까지 주부들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 곳이 없기에 ‘주부’는 빼놓을 수 없는 주요 고객층. 이 때문에 ‘주부 모니터’는 기업의 홍보·상품개발에 있어서 꼭 필요한 정보 제공자로 최근 들어서는 문화·레저에 이르기까지 적극 활용되고 있다. ◆주부 모니터도 이제는 전문 시대=주부 모니터라고 해서 상품을 사용해 보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이미 이전 시대의 이야기다. 인터넷만으로도 소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알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다른 곳에서 주부들의 얘기를 듣고 싶어한다. 상품을 사용한 뒤 모니터를 통해 문제점을 발견해 내는 것이 아니라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주부들의 아이디어를 상품 기획 단계부터 직접 적용하는 것이 요즘 흐름이다. 코오롱 건설은 지난 9월 아파트 ‘하늘채’ 고객평가단 ‘채사랑’ 2기를 뽑았다. 이번에는 일주일에 두번, 여섯시간을 회사에 나와 일하는 상근직도 처음으로 포함됐다. 서현주 과장은 “아파트도 이제는 투자대상이 아니라 주거공간으로 중요시되는 만큼 주부들의 생각을 설계 단계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했다”며 “지난 1기때 나온 의견들이 좋았기 때문에 주부 모니터에 대한 회사의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4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물리치고 주부 모니터로 뽑힌 김진영(32)·김진경(32)·김현정(35)·김미선(33)씨. 아파트 평형별로 직접 도면을 그리는 것이 이들의 임무다. “처음에는 걱정도 됐지만 이제는 친구들 속에서 아파트 전문가로 통한다”는 것이 그들의 한목소리. 주로 인터넷에서 자료를 수집하지만 가장 밑바탕은 실생활에서 나온 아이디어. 김진영씨는 요즘 드레스룸에 관해 고민 중이다. “화장실과 연결돼 있어 막상 주부들이 사용하기엔 불편한 점이 많다”는 것이 그의 주장. 결혼 7년차인 김미선씨는 “똑같은 공간인 아파트에서도 개인의 멋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살짝 털어놓는다. 빨래부터 건조와 보관까지 한공간에서 할 수 있는 원스톱 세탁실과 신발장 옆에 손님들 웃옷이나 스키를 넣어둘 깊은 장은 이미 1기때 나온 아이디어로 현재 도입된 상태. 1기 때부터 활동한 김현정씨는 “생각해 낸 아이디어들이 바로 반영될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을 잇는다. 주부 모니터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이들이 가장 먼저 꼽은 것은 ‘관심’이다. 김진경씨는 “관심이 있어야 그 분야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새로운 눈도 생긴다”고 설명한다. 그 다음 부지런히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세세한 것까지 잡아낼 수 있는 ‘주부의 눈’이다. ◆기업·주부 윈윈전략=“결혼하면서 직장을 관뒀는 데 요즘 일을 다시 시작하니까 삶의 활력이 생겨요.” 김미선씨는 채사랑 외에 다른 분야 세군데서도 주부 모니터를 하고 있다. “일을 갖기에는 육아시설이 제대로 안 돼 있어 직장 나갈 엄두는 나지 않아요. 대신 모니터 일은 자아성취감도 맛보면서 아이가 유치원 간 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가 주부 모니터 활동에 끌리는 또 다른 이유는 모니터 일을 통해 다른 주부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 많은 정보들로 인해 요즘은 살림하는 법을 다시 배우고 있다. 기업 측에서도 주부 모니터는 일석이조다.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를 새롭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된다. 주부들 사이의 입소문이 광고보다 더 큰 효과를 가져 온다는 것이 기업측의 설명이다. ‘주부 모니터’ 사이트를 운영하는 장재명씨는 “경제가 어렵다 보니 주부 입장에서도 모니터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기업에서도 주부 모니터를 적극 활용해 최근 들어선 이들이 없는 기업이 없을 정도”라고 설명한다. 서울서초여성인력센터에서는 이런 경향에 맞춰 주부를 대상으로 ‘모니터&리서치’ ‘사회조사마케팅’ 수업을 지난 9월 개설하기도 했다. 주부의 지혜도 이제는 상품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세계일보 2003/11/26 글 윤성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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