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 여론경영
[Cover Story] 친(親) 여론경영
- 매경 이코노미 2003년 08월 22일
최근 재미있는 논문이 하나 발표됐다. 이상휘 ABS 농어민방송 홍보마케팅국장 이 발표한 ‘기업 여론 전담팀 유무에 따른 언론의 보도태도에 관한 연구’다.
이 국장은 논문에서 여론팀을 보유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대응 태도에 대해 신문 기사를 근거로 분석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당연히 해당 기업에 대 한 호의적인 기사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기사 출처에서도 여론팀을 보유한 기업에서는 직접 인용이 46%로 높게 나타났 지만 없는 기업은 24%에 불과해 큰 차이를 보였다.
언론 보도에 따라 소비자 여론이 크게 좌우되는 만큼 관련팀을 따로 두고 이를 소비자들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그만큼 소비자들로부 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국장은 “정치, 경제, 사회 등에 대한 일반 여론을 파악하고 이를 경영에 잘 활용하는 기업일수록 대중 매체를 통해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실제 삼성, LG, 현대차 등은 공식, 비공식 여론 전담팀을 두고 여론을 경영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삼성은 구조조정본부에 정보팀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 졌다. LG도 경영정보팀을 따로 두고 고객 여론 추이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이 국장은 “기업들도 이런 현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 소비자 여론을 살피 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여론 전담팀 따로 둬■
소비자들과의 관계를 원활히 하고 기업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을 만들어 가기 위한 기업들의 투자도 상당하다. 과거 이미지 광고 하나면 충분하던 시대는 끝 난 지 오래.
김경해 커뮤니케이션즈코리아 사장은 “인터넷 이용이 보편화하면서 소비자들 의 정보 교류도 그만큼 빨라졌다. 소비자와 지속적이고 쌍방향적인 신뢰를 형 성하지 못한 기업들은 결국 경쟁에서 도태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하이트맥주가 진행하는 공장견학 프로그램은 소비자와 기업간의 유대관계를 강 화시키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하이트맥주 공장에 방문 한 고객 수만 5만명이 넘는다. 올해는 10만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이트맥주 공장견학 제도 도입 배경은 소비자들과의 친밀감을 한 단계 성숙시 켜 고객을 자사의 잠재적인 ‘팬(Fan)’으로 만들자는 데 있다.
제조 전 과정을 공개해 신뢰감을 쌓을 수 있어 한번 견학을 다녀온 후에는 하 이트만 찾을 정도로 마니아 층을 형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인당 방문 비용이 평균 2만원에 달하지만 전액 회사가 지원해 연간 2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고객과의 유대관계 강화에 ‘투자’하는 셈이다. 황인구 마케팅 팀 대리는 “제품 우수성을 알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과의 일체감을 높 이는 데도 큰 공헌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종합화학이 인기 TV프로그램 ‘박수홍의 러브하우스’에 1년 동안 바닥재 를 독점 후원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불우한 이웃들의 작은 행복 찾기 를 후원해 단순한 건축자재 회사가 아니라 고객의 행복을 함께 하는 회사의 이 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모델도 소비자 여론 따라 선발■
LG홈쇼핑은 이번에 자사 쇼핑호스트로 야구선수 출신 MC 강병규씨를 선발하는 데 소비자들 요구를 적극 반영했다. 고객들을 대상으로 쇼핑호스트에 가장 적 합하다고 평가받는 인물을 추천받은 결과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강씨를 영입하 는 데 이만 저만 공을 들인 게 아니다.
김기호 마케팅 담당 상무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 제품이 어떤 것인지 기업이 철저히 연구하고 이를 경영에 활용해야 기업 발전이 가능하다”고 강조 한다.
동양매직은 지난해 TV광고 모델을 선정할 때 4명의 후보를 선정한 후 결정은 1 000명으로 구성된 주부 모니터들에게 맡겼다. 결국 탤런트 윤혜영씨가 모니터 요원들의 과반수 이상 표를 획득해 모델로 선발됐다. 윤홍구 사장이 직접 추천 한 모델도 고객의 ‘여론’에 밀려 고배를 마셨을 정도다.
CJ홈쇼핑은 따로 10명의 주부 고객으로 구성된 ‘깐고모(깐깐한 고객들의 모임 )’를 운영해 소비자 여론을 청취한다. 깐고모에서 제기하는 의견들은 매월 직 접 조영철 사장에게 직보돼 회사 경영에 적극 반영된다. 소비자들이 직접 경영 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깐고모가 지난해 건의한 일시불 결 재 시 3% 할인, 시간대별 선호 아이템에 대한 정보는 CJ홈쇼핑에 그대로 적용 되고 있다.
이용희 메타PR 사장은 “선진 경제로 갈수록 기업들이 소비자를 상대로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뚜렷해진다”며 “국내 기업들의 소비자 여론 살피기는 더 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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