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 서랍 깊숙한 곳, 그곳에 게임평가단 명단이 있다. 수 백 개의 게임업체들이 쏟아내는 게임들을 테스트하고 평가하는 일이 그들의 임무. 그래서 평가단원의 한마디는 '사느냐, 죽느냐'를 결정하는데 막강한 영향을 끼친다.
어렵게 수소문한 끝에 31일 현직 게임평가단원인 '그'를 만났다. 게임이 그렇게 좋을 수 있을까. 약속장소에 먼저 나온 그는 길가에서도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었다.
"SK텔레콤 쪽인지, KTF인지도 밝히면 안됩니다. 몇 명 안되거든요. 나이도 이름도, 사진도 찍으면 안되요."SK텔레콤은 현재 30명으로 구성된 게임평가단을 운영하고 있다. 게임전문가 15명과 일반고객 중 모바일 게임 마니아 15명이다. 현재는 '게임평가단 4기'가 활동하고 있다.
올 가을 2기 게임평가단을 구성한 KTF는 10명이 활동한다. 2기는 11월부터 본격적인 평가활동을 진행하게 된다.
2001년까지는 모니터링이나 만족도 조사를 위해 평가단을 운영해왔던 SK텔레콤은 지난 해부터는 신규게임의 객관적 '퀄리티'나 흥미수치, 시장성 조사에 평가단을 활용한다. 평가단이 제출한 '체크리스트'의 평점은 게임 서비스 여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참고자료로 반영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게임을 즐기는 것 뿐 아니라 게임을 만들고 싶어하는 마니아들을 평가에 참여시켜 공정한 판단이 되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TF 평가단은 조금 다르다. 서비스를 위한 검수단계 막바지, '따끈따끈 새 게임'의 위치조정이나 검수단계에서도 못잡아낸 '버그(오류)'를 잡는 것이 주된 임무.
평가단의 역할이 알려지면서 평가단원을 찾으려는 시도도 있다. 그 의도는 뻔한 것. 그러나 SK텔레콤 관계자는 "완전 보안이 원칙이기 때문에 평가단원들은 쉽게 알려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는 로비 가능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역시 이름이 나가면 바로 퇴출이라고 말했다.
평가단은 1인당 매달 평균 40개 게임을 테스트 한다. 일주일 단위로 10개 정도를 테스트하는 것. 그는 "세시간 정도면 한 개 게임 테스트가 끝나고 체크리스트까지 완성된다"고 말했다.
게임을 좋아하다보니 그래픽, 게임성, 중독성같은 세부항목에 대한 객관식, 주관식 체크사항까지 그 정도면 가능해지더라는 설명. 그는 "엔딩까지 확인해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귀뜸했다.
휴대폰 '킬러 콘텐츠'로 분류되는 게임의 위상 만큼 평가단원의 '보수'가 많지는 않았다.
SK텔레콤 단원은 게임 1개당 1만~2만원씩해서 보통 40만원 이상을 지원받는다. KTF는 월 10만원으로 결정됐지만 단원들의 '사기를 고려'해 2기들에게는 좀 더 주머니를 열기로 결정한 정도.
공개 모집도 했었지만 최근에는 커뮤니티에서 뽑거나 알음알음 소개로 단원이 모집된다. 예전에는 평가단 중에 고등학생도 있었지만 지금은 자취를 감추고 주로 20대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CP들의 노하우가 쌓이면서 요새 게임은 그래픽이 화려하고 질도 좋아지고 있는 편"이라며 "다양한 쟝르의 소재와 함께 네트워크용 게임이 많다"고 말했다.
"이통사들도 네트워크 게임을 선호하는 편인데, 커뮤니티나 평가단 친구들 중에는 네트워크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오히려 많다"고 소개했다.
어린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게 게임인데, 네트워크 게임은 비싼 통신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이통사는 좋아하더라도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선호되지 않는다는 것.
최근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원버턴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이 많아지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쉽게, 더 쉽게' 이용할수 있도록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는 남들보다 먼저 게임을 해볼 수 있다는 점, 사장돼 남들은 하지 못하는 게임도 해볼 수 있다는 점에 끌려 지원을 했다고 말했다.
"자부심도 있어요. 좋은 게임이 서비스되는데 일조를 했다는 느낌이 들땐 정말 뿌듯합니다.
[아이뉴스24 11/02 ]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모바일 게임 좌우하는 '평가단'을 아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