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스페셜] '미스터리 쇼퍼' 아세요…고객 가장해 암행평가
지난 24일 오후 7시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스카이라운지에 있는 중식당 '마르코폴로'.인터컨티넨탈 호텔이 운영하는 이곳에 기자는 이른바 '미스터리 쇼퍼'(암행 평가자)로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미스터리 쇼퍼는 이 호텔이 12개 레스토랑의 서비스 품질을 고객 눈높이에서 재점검해 초일류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올해부터 도입한 평가 프로그램.각계 각층 고객 12명을 평가위원으로 초빙,일반 고객으로 가장해 레스토랑에서 식사토록 한 뒤 90가지에 달하는 평가 항목에 따라 철저히 체크하게 한 것.

특급호텔들이 본사 임직원의 암행 검사나 외부 기관에 의뢰해 점검한 적은 있지만 고객을 실제 평가위원으로 선정한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이번 평가자는 12개 레스토랑을 종종 이용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임원,강남 아줌마,고객서비스 전문가 등이다.

기자는 고객서비스 전문가 자격으로 한 화랑 대표(여성)와 동행했다.

호텔 측은 매장 직원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평가자에게 1인당 30만원(2인 사용 금액)을 지급,기자가 직접 전화로 예약했다.

식당에 들어선 순간부터 호텔 측이 제시한 90가지 항목 평가에 들어갔다.

평가 항목은 대단히 세세했다.

"테이블로 인도할 때 속도는 적절했나?" "여성 고객의 냅킨부터 펼쳤는가?" "접시가 뜨겁다는 사실을 알려줬나" "음식을 가져오면서 음식명을 얘기했나" "손님이 말하기 전에 커피를 리필해줬나" 등등.

두 시간의 식사와 서비스는 전반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지불액은 음식과 와인,세금·봉사료를 포함해 총 32만8900원.몰래 평가한 내용을 호텔 측에 제출함으로써 임무를 종료했다.

호텔 측은 미스터리 쇼퍼들의 평가 결과를 즉각 서비스에 반영,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게다가 미스터리 쇼퍼들은 호텔 측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반응들도 쏟아냈다.

"주방장의 웃음이 적다" "전복 요리를 썰 때는 고기 메뉴와 다른 칼을 줘야 한다" "여성 고객의 롱 코트를 걸 수 있는 별도 서비스도 필요하다"….

처음엔 직원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한 직원은 "누가 평가자인지 몰라 매일 모든 손님들에게 바짝 긴장해야 하고 감시당하는 기분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원 개개인의 잘못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매장 운영을 전체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어서 이젠 수긍하는 분위기다.

평가 항목 자체가 서비스의 기본에 충실한 것들이기 때문.

호텔 측은 3개월마다 평가단을 새로 선발해 '미스터리 쇼퍼' 프로그램을 지속할 계획이다.

김영주 품질경영팀장은 "미스터리 쇼퍼 프로그램은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해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서비스는 하루 아침에 바뀌지 않기 때문에 장기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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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풀이]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

일반 고객으로 가장,매장에서 상품 구매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점원의 친절도,판매기술,매장 분위기 등을 평가해 개선점을 제안하는 사람.

레스토랑은 물론 금융회사 백화점 병원 등 여러 분야에서 서서히 확산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