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부엌이 카페로 변했다
[살고싶은 아파트] "그녀의 부엌이 카페로 변했다"
옛날에는 이사를 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부엌에 밥솥을 거는 일이었다.
살림살이를 옮겨오지 않았다고 해도 밥솥을 걸고 새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면
이사를 한 것으로 쳤다.
그만큼 옛날에는 끼니를 때울 수 있는지가 생활에서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부엌은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장소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부엌에서 밥을 짓는 주부 역시 `부엌데기` 위상에서 크게 벗어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끼니 문제로 고민하지는 않는다.
과거에는 먹는 목적에서 `생존`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면
오늘날에는 `상호 교류` 비중이 가장 크다.
사람들은 `먹는 활동`을 함께 하면서 상호간에 유대감을 쌓고 정보를 교환한다.
`식사를 같이하자`는 말에는 `당신에게 관심이 있으며 당신과 교류하고 싶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처럼 먹는 목적이 다차원적이고 복합적으로 바뀌면서 아파트 부엌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상호 교류 목적에 맞는 모습으로 환골탈태하는 게 현대 부엌이다.
주부 위상이 높아지면서 부엌 위상도 함께 수직상승하고 있다.
주부가 가정경제권을 쥐고, 주부가 가족관계에서 중심이 되면서
가정의 중심이 부엌으로 옮겨오고 있다.
부엌이 과거 안방 또는 거실 구실을 하는 시대가 된 셈이다.
이 같은 추세에 가장 민감한 곳이 바로 건설사들.
집을 팔고 싶다면 주부 마음에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부들로 자문단 또는 모니터단을 구성하는 것은 이제 기본이다.
"2005년부터 `자이 주부자문단`을 구성해 주부들 생각을 아파트 설계에 반영하고 있어요.
자문단은 전국 모델하우스를 돌면서 상품 구성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한편
GS건설 직원과 1대1로 팀을 구성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GS건설)
"모델하우스는 주부모니터 요원들의 사전 조사를 거쳐 문제점을 고친 뒤 오픈합니다.
날카로운 주부들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죠."(동문건설)
이 같은 노력은 아파트 설계에 차곡차곡 반영되고 있다.
"부엌에서 일할 때도 거실에 있는 가족을 볼 수 있는 대면형 주방을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족의 중심인 주부가 부엌에 갇혀서 벽만 보고 일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삼성건설)
그렇다고 주부들이 대면형 주방을 무조건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주부들은 `냄새를 풍기며 조리하는 모습은 숨기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한다.
이 같은 수요를 반영한 설계가 현대건설 `쿡인 쿡아웃 키친(COOKIN COOKOUT KITCHEN)`.
"주방을 차림주방과 조림주방으로 구분했어요. 씻고 자르고 다듬는 등 냄새를 풍기며
조리하는 일을 하는 `쿡인 존(COOKIN ZONE)`은 보이지 않는 안쪽 공간으로 숨겨
환기가 가능하게 했어요.
반면 간편한 조리와 완성된 음식을 차리기 위한 `쿡아웃 존(COOKOUT ZONE)`은
외부로 보이는 공간으로 처리했어요."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저분한 부분은 안으로 감추어 항상 주방이 깔끔하고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5년 말 허용된 발코니 확장은 부엌이 변신하는 데 힘을 실어주었다.
"발코니 확장 전만 해도 32평형 아파트는 부엌에 어떤 변신을 주기가 쉽지 않았어요.
전체 면적이 좁아서 틀에 박힌 부엌을 만들 수밖에 없었죠."(대림산업 관계자)
예를 들어 대면형 주방은 넓은 면적이 필요하기 때문에 32평형에 적용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발코니 확장이 허용되면서 중소형 아파트에서도 발코니 면적을 활용해
부엌 면적을 크게 넓힐 수 있었다.
주택공사가 판교 33평형 아파트에 대면형 주방을 도입할 수 있었던 것도 발코니 확장 덕이었다.
또 발코니 확장에 힘입어 부엌은 `카페`처럼 아늑하고 분위기 있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오는 4월 울산 우정동에서 분양할 `우정동 아이파크`에
카페식 주방 컨셉트를 도입했다.
우정동 아이파크 40평형 주방은 발코니를 튼 자리에 식탁을 배치했다는 점이 특징.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주방에서 조리를 하거나 식탁에서 식사를 하면서도
바깥 경치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형평형 부엌은 발코니를 활용해 `고급 카페`가 부러워할 수준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 우정동 아이파크 89평형 펜트하우스는 정원 격인 큰 테라스에 부엌이 붙어 있다.
"부엌이 사실상 정원이 딸린 카페 공간이 되는 셈"이라고 현대산업개발측은 설명한다.
[김인수 기자]
매일경제 2007.01.11 15:25:0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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