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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가장 서비스 만족도 조사 경영진에 직접 보고
고객 가장 서비스 만족도 조사 경영진에 직접 보고 외식업체에서 금융기관까지 확대… 전문업체도 등장 2005년 9월 28일 오후 7시. 서울 강남역 근처에 위치한 한 대형외식업체에 30대 중반의 남녀 한 쌍과 7살 가량의 여자 아이가 들어섰다. 흔히 볼 수 있는 가족단위의 외식 같았지만 어쩐지 행동이 부자연스러웠다. 어색해 보이는 행동거지도 그랬지만,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들 중 여성은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에도 시선을 한 곳에 고정하지 않은 채 이곳 저곳을 유심히 살피느라 여념이 없다. 평일이지만 저녁 시간인 탓에 80여평 규모의 홀은 거의 차 있었고, 이들은 10분 가량 대기한 후 매장직원의 안내에 따라 안쪽 테이블로 안내됐다. 특히 이들 가운데 여성의 시선은 내내 주방은 물론, 조명, 분위기와 직원들의 행동거지 등을 눈여겨보았다. 여느 고객의 행동과는 사뭇 달랐다. 잠시 후 테이블에 안내되자마자 직원의 메뉴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고, 이들은 직원의 명찰에 눈길을 주며 설명을 진지하게 들었다. 잠시 후 직원이 주문서를 갖고 떠나자 이 여성은 재빨리 자신의 휴대전화에 방금 떠난 직원의 이름과 복장상태, 매장 분위기, 조명, 환기상태 등을 기록했다. 또 이들은 음식을 먹는데 전념하지 않고 주변 분위기에 더 신경을 썼다. 국내 도입 몇 년 안된 신종 직업 이들은 1시간 남짓 머문 후 이곳을 떠났다. 며칠 후 이들이 느낀 점은 고스란히 본사에 보고됐다. 직원들의 서비스며 음식 맛, 분위기 등 40여 가지에 걸친 체크리스트와 함께. 이들은 다름 아닌 ‘암행’에 동원된 남편과 딸 그리고 전문 ‘미스터리 쇼퍼’인 주부 강영숙씨(34)다. 강씨는 전업주부지만 틈틈이 시간을 내 ‘미스터리 쇼퍼’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미스터리 쇼퍼’란 고객을 가장해 기업과 매장 직원들의 서비스나 상품지식 등을 평가하고 고객만족도를 조사하는 전문가를 뜻한다. 업계에 고객중심 경영이 확산되면서 고객 입장에서 기업의 서비스를 평가하는 미스터리 쇼퍼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국내 최대 미스터리 쇼퍼 전문회사인 (주)리스피아르 조사연구소 이성호 부장은 “미스터리 쇼퍼는 고객을 가장해 기업과 매장 직원들의 서비스나 상품지식 등을 평가하고 고객만족도를 파악하는 신종 직업”이라면서 “최근 들어 기업들이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이들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스터리 쇼퍼는 해외에서는 보편적인 전문직업이지만 국내에는 도입된 지 몇 년 되지 않은 신종 직업이다. 초창기에는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다가 2002년 (주)리스피아르 조사연구소에서 국내 최초로 미스터리 쇼퍼 전담사업부를 운영하면서 프리랜서로 자리를 잡고 있다. (주)리스피아르 조사연구소에 소속된 미스터리 쇼퍼는 현재 2900여 명에 달한다. 하지만 등록했다고 모두 전문적인 미스터리 쇼퍼로 활약하는 것은 아니다. 일정 교육을 수료한 미스터리 쇼퍼 가운데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사람이 일감을 많이 얻는다. 현재 400∼500명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기업 자체적으로 감사실 또는 경영팀에서 직원을 미스터리 쇼퍼로 파견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는 대행업체에 의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백화점 등 유통업체와 화장품·식품업체들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주부모니터링제도’를 활용하기도 한다. 신세계 백화점 홍보팀 장혜진 과장은 “전문적인 미스터리 쇼퍼는 아니지만 대부분 유통업체들이 서비스 강화 차원의 하나로 주부모니터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모니터는 경영에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 과장은 “신세계의 경우 이들 모니터 결과를 토대로 매월 한차례씩 최고경영진이 참여하는 회의를 갖고 있다”면서 “주부모니터도 점차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주부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스터리 쇼퍼가 건의하는 내용은 즉각 매장에 반영되고 관련자들의 문책으로 이어지는 등 위력을 발휘한다. 지극히 객관적인 입장에서 평가를 해 최고경영진의 신임도 높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들을 ‘암행어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체로 미스터리 쇼퍼나 주부모니터 요원들은 대행사나 업체에서 오더(일감)가 떨어지면 해당 매장의 위치와 교통편, 직원수 등 사전정보를 미리 파악한 후 간단한 메모지와 녹음기 때로는 몰래 카메라도 준비해 나간다. 직원들의 서비스와 상품지식, 청결상태 등을 전반적으로 평가하고 신제품이 나왔을 경우 직원들이 그 제품에 대해 숙지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도 한다. 음식점에 새로운 메뉴가 나오면 가장 먼저 맛을 보고 평가를 내리는 것도 미스터리 쇼퍼가 하는 일이다. 메모지·녹음기·몰라카메라 등 동원 활동이 많은 사람들은 샐러리맨들의 월급에 근접한 수익을 올린다. 특급호텔 숙박권은 물론 패밀리 레스토랑 식사권, 여기에 화장품 매장에서는 화장품을 얻는 등 부가수입도 쏠쏠하다. 신제품이 출시돼 매장 직원들의 제품 이해도를 평가할 때에는 미리 해당 제품을 써볼 수 있는 점도 메리트로 작용한다. 한 미스터리 쇼퍼는 “이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은 프리랜서로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직접 작성한 보고서가 기업의 고객만족 경영전략에 반영돼 그 자체로도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업체들이 돈을 투자하면서까지 자체 ‘감찰제도’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장기불황에 따른 불황타개의 생존해법으로 신뢰경영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평가받고, 객관적인 위치에서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식품업체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조선시대의 암행어사를 연상케 하는 ‘제품암행어사’ 제도를 만들어 자사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는 불량식품을 적발하고 거래선과의 불공정거래를 없애자며 윤리경영 선포식도 잇따라 갖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정부와 대기업들의 전유물로 여기던 ‘암행어사’ 제도가 최근에는 식품업체는 물론 금융기관, 심지어 유흥업소 등으로 확대·강화되고 있다. 대표적 외식업체 중 하나인 T.G.I.프라이데이스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고객이 직접 암행어사가 돼 서비스와 음식 등을 체크, 본사로 제언을 하는 미스터리 쇼퍼를 운영,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또 피자헛도 자체 전문가 평가 프로그램 교육을 이수한 전문가를 불시에 매장에 보내 위생점검과 서비스를 체크하는 ‘퀄리티 매니아(Quality Mania)’제도를 최근 도입해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카지노·자동차판매업체도 활용 최근 들어서는 카지노와 자동차 업체들도 앞다퉈 미스터리 쇼퍼를 활용하고 있다. 2002년부터 딜러점에서 발생하는 비정상거래를 적발하기 위해 암행어사를 출동시켜 적잖은 효과를 봤던 자동차업체들도 미스터리 쇼퍼제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국내 차업계가 질적 서비스 강화를 통해 현존고객과 잠재고객을 잡기 위해 자체 서비스 상태를 점검하는 암행감찰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수입차 업체들이 신경을 더욱 쓰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제3의 전문기관에 위탁, 서비스센터 직원들을 평가한다. 이 회사는 또 서비스센터가 본사 규정 준수 여부와 대고객 응대에 대한 지침 준수 여부를 철저히 따르는지 평가해 우수 센터에 대해서는 포상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이보 마울 사장은 “고객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언제나 변함없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미스터리 쇼퍼 등 철저한 평가 시스템을 도입, 서비스 엑셀런스 어워드를 개최하고 있다”면서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차별화되고 다양한 고객 서비스로 그 명성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BMW그룹코리아는 독일 본사에서 1년에 1∼2차례씩 세계 각 법인에 통보하지 않고 미스터리 쇼퍼를 급파하고 있다. BMW그룹코리아에도 올 초 본사에서 보낸 미스터리 쇼퍼가 국내 서비스 현황을 조사한 뒤 긍정적인 보고서를 내려보냈다. 전문 미스터리 쇼퍼 신정이씨 미스터리 쇼퍼 4년차인 신정이씨(36)는 국내에 몇 안되는 고참 미스터리 쇼퍼다. 신씨는 그동안 수백 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해 베테랑 미스터리 쇼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그녀는 직접 팀을 이끌기도 하지만 후배 양성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암행을 해야 하는 업무특성 때문에 얼굴을 노출하면 안 되지만 워낙 위장술이 뛰어나 자신의 얼굴을 전격 공개했다. -미스터리 쇼퍼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에는 리서치 회사에서 설문조사 요원으로 활동하다가 미스터리 쇼퍼로 발탁됐다. 활동적인 성격인데다 미스터리 쇼퍼에 관심이 많았다. 지인들을 통해 외국에서는 미스터리 쇼퍼가 유망직종이란 사실을 알았고 그래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어려운 점도 적지 않을 텐데. “현장에 나갈 경우 마치 비밀요원이 된 것 같은 스릴도 느낀다. 초창기에는 많이 떨었다. 때문에 신분을 숨기고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철면피가 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점은 문제점을 지적한 후 해당 직원이 징계를 당하거나 불이익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될 경우다. 가끔 협박을 받은 경우도 있다.” -보람도 있을 텐데. “보고서를 제출한 뒤 해당 매장을 다시 방문해 지적한 사항이 시정된 것을 보면 뿌듯하다. 기업이 좋아지려면 이해 관계가 없는 제3자의 따가운 지적도 필요하다. 물론 좋은 아이디어도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가장 좋은 점은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특급호텔 투숙이나 고가의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월수입은 어느 정도인가. “그것 역시 미스터리로 남겨 두겠다.” 미스터리 쇼퍼 되려면 미스터리 쇼퍼로 일하려면 미스터리 쇼퍼 전담회사 또는 리서치 회사에 등록해야 한다. 일반 기업체에서 직접 모집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경력자를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에 리서치 회사 경력이 있으면 좋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스터리 쇼퍼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는 ‘리스피아르 조사연구소’에서는 인터뷰를 통해 지원자의 자격을 평가하고 자격이 검증되면 활동실습 등의 절차를 거쳐 채용한다. 성격이 꼼꼼하고 관찰력이 뛰어나야 한다. 보고서를 사실감 있게 작성하기 위해서 글쓰는 훈련도 필요하다. 기업이 지정한 날짜와 시간을 엄수하는 책임감도 필요하다. <김재홍 기자 atom@kyunghyang.com> ⓒ 인터넷경향신문 (주)미디어칸(www.kh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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