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온라인 수업의 ‘반란’

  • 입력 2008년 10월 7일 05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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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엄마 모니터단, 수업내용-방식 문제점 진단

학생들이 정말 원하는 새 강좌-서비스개발 앞장

“혹시 선생님 발에 테이프라도 붙어있나요? 활기찬 목소리와는 달리 뻣뻣하게 서서 강의를 하는 A 선생님을 보면 함께 수업하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가볍게 손과 발을 움직여 주세요!”

“B 선생님, 밑줄 긋기 외에 판서를 전혀 안하시면 학생들의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스타강사의 동영상 강의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는 이들은 누구일까? 온라인 교육업체가 운영하는 수강생, 학부모 ‘모니터단’의 요원들이다.

이들은 강의 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강사의 목소리 톤과 강의 속도는 적당한지, 판서는 알아보기 쉬운지, 수업 시간이 너무 길어 학생들의 집중력이 떨어지지는 않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완성도 높은 강의가 될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수행평가대비 강좌를 개설해달라거나 시험 기간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공부할 수 있도록 수강 계획표에 ‘시험 D-day’ 기능을 추가해 달라는 등 자기주도적 온라인 학습법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중등 교육사이트 수박씨닷컴(www.soobakc.com)의 김진희 크리에이티브 플래너는 “모니터 요원들은 상품을 소비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업체의 장단점을 예리하게 지적한다”며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하면 호응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각 업체가 서비스 개선을 위한 바로미터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모니터단’은 어떻게 활동하고 있을까?

○ 수강생 모니터단 “우리는 온라인 강의의 파수꾼”

모니터 요원은 일단 까다로운 선발과정을 거친다. 공부만 잘한다고 뽑히는 건 아니다. 주로 온라인 강의를 이용해 공부하는 학생 중 상·중·하위권 성적의 학생들을 고루 선발하기 때문. 업체 서비스 및 강좌의 장단점 분석은 기본이고, 모니터 요원으로서의 활동계획까지 꼼꼼히 검토해 한 학기동안 활동할 15∼30명 안팎의 학생들이 선발된다.

모니터 요원은 활동사항에 따라 장학금은 물론, 무료 강의 이용권 등 다양한 혜택을 받기 때문에 교재의 오탈자, 강의 중간에 등장하는 문제의 오답 등 세세한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새로운 강좌를 개설하거나 서비스를 개발할 때도 모니터 요원의 의견은 참고사항 1순위다. 학생에겐 꼭 필요한 부분이지만 업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요소들을 예리하게 잡아내기 때문. 모니터 요원의 의견이 서비스에 그대로 반영된 사례도 적지 않다.

중학생 온라인 교육사이트 1318클래스(www.1318class.com)가 매달 진행하는 인기 강사 ‘생방송 화상강의’는 모니터 요원들의 의견이 현실화 된 것이다. 인기 강사가 직접 이몽룡, 성춘향 복장을 하고 나와 춘향전의 시대적 배경, 주제를 설명하는 등 재미있는 연출이 돋보이는 ‘기획특강’도 모니터 요원의 아이디어를 응용해 만들어진 서비스다.

초중학생 온라인 교육사이트 엠베스트(www.mbest.co.kr)는 시험 기간용 ‘실시간 게시판’을 운영한다. 상시 운영되는 질문 게시판과는 별도로 중간·기말고사 집중 학습기간을 정해 매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강사가 학생들의 질문에 바로 대답해주는 방식이어서 학생들이 궁금증을 바로 해소할 수 있게 했다.

개인 시간을 투자해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생들, 혹시 공부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이들은 오히려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자신과 친구들의 공부방법을 비교해 보고, 이미 본 강의도 두세 번 반복해서 듣다보면 성적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중학생 온라인 교육사이트 하이퍼센트(www.hipercent.com)의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하면서 반 1등을 놓치지 않고 있는 서울 청원중학교 1학년 이웅희 군은 “내 의견이 실제로 반영되는 걸 보면 자부심이 생기고,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의욕도 솟는다”며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하고부터 공부하라는 엄마의 잔소리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 학부모 모니터단 “우리아이 온라인 수업은 내가 만든다!”

엠베스트와 수박씨닷컴은 학부모 모니터단을 별도로 운영하며 학부모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특히 학부모 모니터 요원들은 학교, 학원 수업만으로는 부족한 교육 서비스의 ‘틈새시장’을 정확히 짚어내기 때문에 새로운 강좌 개발에 일등공신 역할을 해내고 있다.

엠베스트의 서술형 시험문제, 독서논술, 예체능 과목 내신대비, 특목고 대비 시리즈 강좌는 모두 학부모 모니터 요원들의 아이디어가 초석이 됐다. 3년 간 엠베스트의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한 김정화(41·서울 서초구 서초동) 주부는 “우리 아이에게 진짜 필요한 수업은 엄마들이 더 잘 안다”며 “엄마들의 의견에 따라 강좌들이 새로 개설되면 강의에 대한 믿음도 그만큼 더 커진다”고 말했다.

업체와 모니터 요원, 온라인 교육사이트를 이용하는 학생 모두에게 ‘윈윈 효과’를 내고 있는 모니터단은 업체가 학생 중심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이끄는 원동력이자 학생,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이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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