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홈&마트]소비자 파수꾼/백화점 고객에 도둑누명
요즘 각종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유통업계 1위’ 롯데백화점을 성토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무고한 사람을 도둑으로 몰아 죽음에 이르게 한 롯데의 만행은 용서 받지 못할 행위다”, “기업 이익을 위해 서민이 무시 당하는 세상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등 롯데 뿐만 아니라 기업체 전체에 대해 ‘소비자 주권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롯데백화점의 사고 경위는 다음과 같다. 지난 8월 롯데 일산점 지하 마그넷에서는 한 주부가 도둑으로 몰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 주부는 수백명의 고객이 오가는 백화점 매장 한가운데서 가방을 수색 당하는 창피를 당했고, 평소 심장관련 질환을 앓고 있던 이 주부는 끝내 모욕감을 삭이지 못하고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얼마 있지 않아 사망했다. 선진 외국 같았으면 이럴 경우 고객의 인격을 고려, 매장이 아닌 사무실로 정중히 안내한 뒤 가방을 뒤졌을 테지만 이번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최근 소비자보호원은 “도둑으로 몰려 쇼크사한 고객의 유가족에게 8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조정 결정을 롯데에게 내렸다. 그런데 롯데측은 “유가족과는 4000만원의 위로금을 주고 마무리 짓기로 합의한 상태인데 어떻게 해서 다시 소비자보호원으로 넘어갔는지 모르겠다”며 불만 섞인 반응이다. 기자가 몇 개월도 더 지난 이 사고를 이 시점에서 거론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도 공개사과 한 마디 없는 롯데백화점의 ‘강심장’을 지적하기 위함이고 둘째로는 기자가 지난 1월 같은 장소인 롯데 일산점에서 똑같이 도둑으로 몰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1시간 가량 반감금 상태에 있던 우리 부부는 한달 전에 사서 사용 중이던 아내의 화장품에 부착된 도난방지용 마그네틱이 경보음을 오작동하게 만든 사실이 확인되고서야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정확하게 7개월이 지나, 똑같은 장소에서 한 주부가 도둑으로 몰려 급기야 숨지고 말았다. 롯데측의 재발 방지 약속만 믿고 ‘혹시 해당 직원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해 당장 기사화 하지 않았던 것이 결국 큰 화근이 됐던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건이 다른 백화점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고객을 ‘왕’으로 모시지 않더라도 적어도 ‘이웃’으로 대우한다면 이 같은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2000/ 11/ 28] 유통팀장· 박순욱기자 swpark@chosun.com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