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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어떻게 만들까요” 패션업계 교감마케팅 확산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10.18 22:12

수정 2009.10.18 22:12



미술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 김진경씨는 요즘 한 브랜드 사이트를 찾는 재미에 푹 빠졌다. 평소 애착을 느끼던 브랜드의 신제품 개발 설문조사에 디자인과 색상에 대한 코멘트를 달자 자신의 의견이 반영된 제품이 실제로 출시됐기 때문.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아이디어를 내는데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이처럼 프로슈머(Prosumer·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소비자) 또는 크리슈머(Cresumer, 창조적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소비자)가 제안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패션업체가 늘고 있다.

주부 모니터, 서포터스 등의 형태로 식품업계에서 시작된 교감 마케팅이 패션업계에도 확산되고 있는 것. 주로 주부를 타깃으로 한 식품업계와는 달리 해당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루이까또즈는 온라인 직영몰 기획 상품 개발에 고객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프로젝트마다 ‘카메라백’, ‘남성 크로스백’ 등 각각의 테마를 정해 루이까또즈만의 특색을 살린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고객들은 가방의 색상에서부터 손잡이, 내부 파티션까지 꼼꼼하고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루이까또즈가 선정하는 우수 디자이너에 선발되면 실제 판매하는 제품 택에 본인의 이름이 새겨진다.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도 홈페이지 내에 ‘포토트레킹 배낭 연구소’를 만들어 소비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에 앞서 코오롱스포츠는 120여명의 고객 연구원이 참여한 DSLR전용 트레킹 배낭 ‘포토트레킹 배낭 2.0’을 선보이며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6명의 사진을 제품 사용설명서에 싣기도 했다. 등산과 사진을 함께 즐기는 소비자를 위한 실용성이 돋보이는 포토트레킹은 출시 두 달 만에 70%가량의 판매고를 올렸다. 코오롱스포츠는 이 같은 폭발적인 시장 반응에 힘입어 현재 같은 방식으로 두번째 레킹 배낭과 스트랩, 파우치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개발 중이다.

브랜드 마니아들이 모여 전문적인 수준의 정보를 공유하고 신상품 제안을 펼치는 브랜드 팬클럽도 있다. 이랜드의 캐주얼 의류 브랜드 티니위니의 ‘티모’가 그 주인공. 티니위니는 티모를 중심으로 제품 개발 및 홍보 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티모 회원들은 실제로 티모 커뮤니티의 ‘Prosumer Idea’에서 제품에 대한 날카로운 의견들을 주고 받는다. 해당 글들은 모두 티니위니 전 부서에 공유돼 직원들이 고객의 생각과 반응을 즉각적으로 알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루이까또즈 문희영 온라인 부문장은 “불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다 보니 제품에서부터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앞으로 패션업계도 고객과 적극적으로 교감하고 이들을 통해 급변하는 트렌드를 감지해야 시장에서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기자

■사진설명=루이까또즈 고객이 만든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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