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아십니까? 시리즈 5 (지방 발령!)
정규 인사철도 아닌데...
갑자기 지방으로 특진 발령이 났다.
대구 근교 사택으로 이사를 가야한다는 말을
차마, 주인댁에 말하기가 어려웠다.
오래 오래 한식구로 살거라고 그토록 잘 대해주었는데....
한여름, 김치 담그기 무섭게 바로 시원한 지하수에 채워두어도
금방 시어터지기 일수였다. (냉장고가 없으니)
하루나 이틀만에 김치를 담구는데 그때마다
내 김치통은 주인 댁 냉장고 안으로 옮겨져 있었고,
"내집처럼 살라"는 내말이 거짓으로 들리느냐고 혼이 나곤 했다.
그래도 나는 내 위치를 지키려고 애썼지만, 막무가내였다.
봄에 이사와서 여름 가을을 지나는 동안 그 정원엔 아름다운 꽃들과
살구, 앵두, 사과 유실수의 열매를 맘껏 볼수 있었고,
가을의 낙엽은 또한 얼마나 우리 마음을 풍성하게 했던가?
낙엽모아 태우는 날,
가정부 순옥은 강원도 어느 산골 집생각에
그만 돌아서서 눈물을 보였고, 한창 공부할 나이의 스무살 처녀가
남에집 가정부로 일하는 안스러움에 난 또 얼마나 가슴을 저려 했던가?
허지만,
겨울을 구경하지 못한채 우린 떠나야 했다.
이사간다는 말을 하기 까지 며칠이 걸렸다.
기왕에 가야하니 서둘렀다.
열심히 붓고 있던 적금도 해약하여 찾아야 했고,
이사가는집은 공짜로 사는 사택이니
전세금 걱정도 없고,
오히려 직장에서 이사비용을 두둑히 보너스로 주었으니.
전세보증금 반환받고, 적금해약하고, 보너스까지 합하니 현금 60만원을 손에 쥐니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통장, 반장 도장 받아 동사무소에 퇴거신고 하는 중에,
남편의 "직장 예비군 편성 확인서"를 함께 제출 하는 절차가 있었다.
동사무소 직원은 바로 내가 취로 사업 나갔을 때 내게 일을 맡기던
그 담당자였다.
남편의 직장예비군 편성 확인서 한번 읽어보고 내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
또 한번 쳐다보면서 어리둥절 하는 기색!!!???
"이사람이 남편이 맞느냐?"고 물었다.. (어느 회사 어느 직장중대...)
"네" 짧게 대답했다.
도저히 이해 할수 없다는 표정으로 접수를 해주면서 한마듸..
"대단한건지? 모자라는건지?....(중얼 중얼....)
나는 안녕히 계시라고 정중히 인사하고 밝게 웃어 보였다.
그렇게 이사 준비는 완전히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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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시월의 마지막 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