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혼자 떠난 여행...
올 들어 부쩍 남편이 어디론가 떠나가고 싶어했다.
'떠나라.. 당신'하며 외치는 모모카드처럼 다 떨치고 가고 싶은가 보다.
평소엔 회사 때문에, 먼저 몸만 쏙 빠져 나간 아내 대신
아이 유치원 버스 태워 주느라 엄두를 못내하기에
지난 주 내 휴가에 맞춰 남편이 여행을 떠났다.
남들은 좀 이상하게 본다.
같이 휴가면 가족이 함께 여행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부부전선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그러던 말던...
우린 평소처럼 얍순얍돌커플이다.
목적지도, 이동수단도 묻지 않았다.
남편도 아무 생각없이 수영팬티 달랑 한장 넣고 떠났다.
어디에 가던 유일한 취미인 수영을 하긴 하나보다.
토요일 새벽녘에 전화가 왔다.
'나야... 와우... 내 고향이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마음 먹고 간 곳이 겨우 자기 고향 부산이다.
역 근처 모텔에서 자고 새벽 일찍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송도 위 혈청소 기슭에 앉아 있다고 한다.
송도에 엄마아버지가 계신 집이 있는데 모텔에서 자는 것도 이상하고
집에 들리지 않는 것도 웃겼지만 원하는대로 하게 놔둔다.
단,,, '그렇게 폼잡다가 아침 산책 나오신 아버님한테 딱 걸려라'
하고 잔소리는 좀 했다.
만나고 싶은 친구들도 보고, 바다 구경도 실컷하고
2박3일의 일정을 마치고 월요일 새벽에 들어왔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뭘 했는지 모르지만 본인이 만족했으면 좋겠다.
하긴 나만 올해가 직장생활 10년이 아니고
남편도 마찬가지인데 내 생각만 했구나...
내가 좀 멋진 아내라면
사이판이나 괌행 비행기티켓 한장 끊어서 건네줄텐데...
미친 척하고 한 번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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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원에 가을을 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