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아십니까? 시리즈 10 (불광동의 집)
전에 살던 부암동이나 평창동은 내 형편하고는 거리가 멀고,
발길 가는 곳이 북한산 자락이었으니
구파발로 진관내 외동을 돌다가, 불광동 갈현동 까지 왔다.
길 하나 사이에 갈현동은 불광동 보다 엄청 비싼 편이었다.
복덕방마다 기웃거리며, "독채 전세 있어요?
내가 원하는 조건을 똑같이 말하기를 수 백번 목이 쉴 지경이었다.
나중엔 지치기도 하고, 오기가 생겼다.
전세 얻어 좀 살다 보면 이 짓을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득해 진다.
집을 사기로 맘을 바꾸고 용감하게 대형 사고를 치고 말았다..
주택은행 융자 80만원을 끼고 있고
대지 50평에 건평 25평짜리 국민주택.
불광동 391번지근처 골목 가파른 언덕배기.
물론 물 사정도 좋지 않았고,
집 앞까지 택시가 돌아 나올 수도 없는 좁은 골목
400만원에 나온 집인데 385만원에 흥정이 되었다.
융자를 빼고도 현금 305만원이 필요했다.
우리가 가진 돈은 다 긁어모아도 독채전세 얻을 돈 200만원도 채 안되는데,
무슨 용기와 배짱이었을까?, 덜컥, 계약을 하고 사택으로 돌아왔다.
그때 만해도 인심이 지금 같지는 않았나보다.
이웃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이사할 집은 구했느냐고 물었다.
돈이 모자란다는건 자명한 일이였으니,
사택어른들이 30만원 50만원 또30만원 세집에서 봉투를 만들어 건네주면서
언제든지 형편이 피거든 갚으라고 손에 쥐어 주셨다.
난 감사히 받았다.
당시엔 누구나 개인에게 돈을 빌리면 무조건 3부 이자를 줄때이다.
서울에 이사 온 후 매달 월급날이면,
본사에서 공장으로 내려가는 공문 발송함에 내 이자봉투가
함께 실려 사택으로 전달되었다.
정성스럽게 쓴 안부편지와 함께 .
30만원 빌린 집엔 9,000원.
50만원 빌린집엔 15,000원씩
꼬박 꼬박 한달도 거르지 않고 이자와 원금을 갚아나갔다..
전신환으로 부치자니 우체국으로 찾으러 가는 번거로움도 돈 빌려준 그분들께
죄송해서 내가 찾아낸 묘안치고는 재미있는 발상이었다.
50만원, 30만원 나누어져 있어 갚기도 좋았다.
당시에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내 집 마련은 과연 얼마나 늦어졌을까?
그렇게 내 집을 가질 수 있었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운이 좋은 셈이었다.
그때가 76년 가을이었으니,
가정 경제 5개년 계획은 이렇게 이루어 진 셈이다.
결혼 한지 만5년이 가까운. 내 나이 스물 여덟살이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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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년의 날의 편지. 
하루야채 배달 시켜 마시려고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