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이야기
서울의 끝자락, 어느정도 자연이 함께인 곳이라
창을 열어놓으면 바로 앞 공원의 나무들이 보입니다.
몇백년은 족히 되었음직한 곧게 솟은 은행나무가
바로 창 앞으로 솟아있는 모습에
결혼 10년의 시간들이 때로 넉넉한 품으로 여유로와지기도 하지요.
진초록의 무성한 잎새들이 조금씩 노랗게 물들어가기 시작할 이즈음
은행나무의 품성이 가장 잘 느껴지는 이런 시간이 되면
참으로 그 품성을 닮고싶다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참 자기 색이 확실한 나무지요...은행나무.
초록의 무성한 잎으로 그늘이 될때도 그렇거니와
못내 힘겨워 잎지는 늦가을 무렵에도 처량하지 않은 모양새로
온통 진노랑의 의연함으로 사위어가는 그 확실한 색깔...
잎을 떨군 나신조차 부끄럽지 않게
참으로 올곧은 그 품성이 보기에 넉넉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언제나 익명성 뒤로 숨고 싶은 마음이 들때면
그 이름을 빌게 되네요....은행나무...
혹여 그 그늘 뒤에서 제 모습 그렇게 확연한 샐깔로 고울 수 있으려나..
자기 색을 지키고 가꿔나가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만 지는 때에
그래도 제 색깔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는 것은
오히려 지금의 제 색이 너무 탁하고 어수선해서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일까요.
사랑도, 일도, 그리고 작은 일에 행복해 하고싶은
제 숨은 표정까지도 진해서 오히려 당당한,
그런 색깔을 닮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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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길에서 옷벗는 남자 
Andrew 아저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