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30분의 비밀
저는 목동에 이사온지 4년째입니다.
워낙 어려서부터 아파트만 살았기 때문에
어느 동네에서든 적응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습니다.
근데 이 동네는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매일 새벽 3시30분이면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습니다.
위잉하는 굉음이 한 20분은 지속되는 것 같았습니다.
저희 집 뒷편에는 공영 주차장이 있고 그곳엔 항상
수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는데
그 중 한대의 소행일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주차 한번 시키는데 웬 굉음?
것두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궁금하고 짜증스러우면서도 나가서 확인할 생각은 안 했습니다.
잠옷 차림인데다 귀찮았기 때문이죠.
그리고 매일 그 시간에 짜증을 냈습니다.
전 본래 야행성인데다가 모니터 때문에 늦게 자는 일이 많아
그 시간에 깊이 잠들어 본 일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비가 무지하게 많이 왔습니다.
저는 복도에 박스를 얻어놓은 것이 있다는 것이 생각났습니다.
젖으면 큰 일이었죠.
얼른 나와보았습니다.
그 때가 바로 새벽 3시 30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드디어 그 굉음의 주인공을 만났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쓰레기 수거차였습니다.
쓰레기를 이 새벽에 수거해 가다니.
더구나 이 폭우가 쏟아지는 새벽에도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은
열심히 쓰레기통을 비우고 계셨습니다.
아뿔싸!
것두 모르고 새벽마다 짜증을 냈구나.
비록 그 아저씨들에게 직접 짜증을 낸 것은 아니었지만
너무나 부끄럽고 죄송스러웠습니다.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해 이 이른 새벽 마다
고생을 하셨을 터였습니다.
오늘 새벽도 늦게 잤습니다.
모두 아시다시피 큰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온 방송마다 속보를 하고 난리였지요.
저는 방송 모니터이고 방송 모니터의 첫번째 중요한 일은
속보를 체크하는 일입니다.
새벽녘까지 속보를 정리하고 3시쯤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여지 없이 잠시후 굉음이 들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잠시 행복한 기분에 빠져 들었습니다.
다른 나라엔 전대미문의 비극이 벌어졌는데 웬 행복이냐구요?
온갖 상념에 사로잡혀 쉽게 잠들기 어려운 오늘 같은 날에도
그저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는 그분들,
진부한 말이지만
오늘 나의 행복과 평화는 오직 그분들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며
감사와 평온함 속에 숙면을 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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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힘들지 마시고 애교부리세요. 
오체불만족을 펼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