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친구
철없던 시절의 무심한 말과 행동은 당시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철이 든 뒤엔 자신에게 상처가 되는가 봅니다.
저도 비슷한 기억이 있네요.
어린시절 한동네에 아주 가난하지만 심성 고운 이웃이 있었습니다.
단칸방에 홀어머니와 두아들과 두딸이 살았죠.
그중 막내딸이 저와 동갑이어서 친구였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겐 왜 불행이 겹치는지 둘째 아들은 한쪽 다리가 불편했어요.
큰아들은 자전거 수리공으로 일하면서 열심히 돈 벌어서
동생 다리 고쳐 주겠다고 말하던 기억이 납니다.
제 어머닌 언니 오빠들이 입던 옷을 지퍼도 새로 달고 바느질도 꼼꼼히 하여
그 집에 가져다 주곤 하셨어요.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서로 미안해 하면서요.
어느 땐 낯익은 옷을 그 친구가 입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옷을 입고 내 앞에 선 친구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 그거 우리 언니가 입던 옷인데- 하며 철없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면 그 친구는 아무말 없이 얼굴을 붉히곤 했습니다...
중학교에 나란히 입학했지만 그 친구는 졸업을 하지 못했어요.
공장에 취직한 거죠.
어느날 거리에서 교복을 입지 않은 그 친구를 보았습니다.
희미하게 웃으며 아주 조그만 목소리로
- 나 공장 다녀- 하곤 고개를 숙인 채 지나쳐 갔습니다.
저는 겨우 "그래? " 하고 되물었을 뿐입니다.
가끔 고향을 생각하면 그 친구가 생각나고
그 때 손이라도 한 번 잡아주지 못한 저를 책망하게 됩니다.
그 이후의 그들 가족의 삶은 얼마나 고단했을 까요...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살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친구의 오빠도 건강한 다리로 살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만큼 넉넉하게 살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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