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아십니까?..시리즈 23 (여기는 왕십리..)
96년 12월 20일 왕십리 행당동으로 이사했다.
집을 한번만 더 옮겨 보겠다고 분양 때마다 넣기를 열한 번째!
재개발 아파트 일반분양 3층에 당첨되었다.
분양가에 채권 최고액을 다-쓰고 2억 3천 5백이 들었다.
100대 1의 무서운 경쟁률의 당첨이었다.
살고 있던 32평 아파트를 2억 3천에 팔았으니
거의 같은 값에 45평으로 옮겨온 셈이다.
신혼 때부터 쓰던 여덟자 짜리 호마이카 장롱!,드디어 버리고,
180L짜리 냉장고는 냉동이 스톱 된지 오래이니, 새 걸로 샀다.
그러나 18년 밖에(?) 안 된 검정 소파는 그대로 가져왔다.
이사하고 등기, 마치고 나니, 그동안 저축한 돈 6,000만원이 현금으로 남았다.
제일먼저 1,000만원짜리 수표 한 장을 끊어 남편에게 내밀었다.
평생 일만 하느라고 용돈 한번 넉넉히 못써본 남편에게 형편이 낳아지면
꼭 주고 싶었던 내 마음이었다. 남편도 깜짝 놀라면서 엄청 좋아했다.
두 번째 할일은 내 며느리에게는 집 때문에 고생 시키고 싶지 않았다.
98년 말 IMF때 집값이 반값으로 떨어졌다. 이때다 싶어,
아들이 청소년시기를 지냈던 그 아파트 18평을 전세 끼고 샀다.
전세5,500, 현금 4,500. 신혼살림집으로 적당한 크기며,
가진돈과 무리가 없어 망서리지 않았다..
아들의 한의학에 대한 열정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예방보다 좋은 치료는 있을 수 없다" 는것이 그의 생각이라,
한방 예방의학 석사후, 서울대 에서 보건학(예방의학,전염병,방역학)
석사 과정, 아직도, 출신학교에서 박사과정 수학중이다.
남편은 5개관계사, 전산실장, 기술개발 본부장, 연구소장을 두루거쳐,
계열사 사장을 마지막으로 모든 일에서 은퇴!
그림공부에 푹 빠져 진정한 자유인으로 살고 있다..
첫 직장에서 은퇴 하는 날 까지 한결같았던-30여년,
열심히 일한 그 부문은 참으로 존경스럽다.
작년, 은퇴하면서 퇴직금이 조금 나왔다. 몇 년 전 사둔 땅에다
95평짜리 단층건물을 인부들과 부대끼며 지었다. (창고 비슷한)
가구점으로 윌 세를 받아 생활비로 쓰고, 남편은 재직 때 부어놓았던
개인연금, 국민연금으로 용돈을 쓴다.,
집안일에만은 늘- 이방인이었던 남편, 요즘, 분리수거, 담당에다,
시장, 청소, 반찬도 같이 만들고, 집안일에 선수가 되간다.
조카들의 어미가 간경화말기의 아픈 몸이지만, 우리 곁으로 돌아와 있다.
나에게도 변화가 많았다. 20년의 장롱면허를 꺼내 드라이브도 즐기고,
뒤 늦게 나의 골프 코치가 된 남편과 풍요의 들판 필드에서, 운동도 한다.
치열하게 살아온 30년의 주인공은 다음 세대와의 세대교체를 준비한다.
아마도, 이집에서 확실한 세대교체를 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어디 사느냐고요?
여기는 왕십리 전철역 7번 출구 바로 앞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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